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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한8

워즈워스 The Prelude가 촉발하는 회한 얼마전 간만에 교보 나갔다가 외국문학코너를 훑어보다 눈에 띄기에 샀다. 아직 손대지는 못했다. 역주본이라 한쪽엔 원문 반대편엔 번역을 붙였다. 이미 이백년전이라 지금 영어와 많이 달라 원문 밑엔 각종 주석을 덧댄 노작이다. 학부 수준에서 이 프렐루드는 영문학사 개론 시간에 앞대가리만 보는 정도로 지나치지만 대작이다. 내가 무에 거창한 학구열에 불타서 샀으리오? 그냥 그 시절 회한에 손길이 갔을 뿐이다. 같은 서가엔 전질에 가차운 예이츠 역주본이 있더라. 예이츠는 구득하지 못했으나 조만간 지를 듯하다. (2014. 8. 13) *** 이후 간간이 저 워즈워스 The Prelude 는 읽다말다 하다 지금은 서재 어디로 밀려났는지도 모르겠다. 나이 들어가며 느는 건 회한밖에 없다. 무엇에 대한 회한일까? 그걸.. 2023. 8. 13.
저 밑바닥에서 언제나 끓어오르는 그 무엇 어떻게 생겨야 그에 어울린다 할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와는 외모 기타등등 한참이나 거리가 먼 내가 영문학 언저리를 잠시 머뭇한 적이 있었으니, 그러한 한때는 영문학이란 데를 투신하고 싶다는 욕망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국 나는 기자질로 낙착했다. 그런 시절, 그러니깐 내가 영문학이라는 걸 해 봤으면 좋겠다는 좋겠다는 꿈이 어느 정도는 있던 있던 시절. 그런 나에게 정작으로 요긴한 것이 영국과 미국, 나아가 아일랜드 역사였다. 하지만 영어영문학과 교과과정에는 이와 관련한 그 어떤 강좌도 개설되지 않았다. 옆집 사학과를 보니 서양사가 있었던 모양이나, 내가 원하는 강좌는 찾기가 힘들었고 그나마 다른 학과에 대한 배타의 분위기가 팽배한 때라, 3학년때인가는 하현강 선생이 개설한 한국사 원전 강독을 신청했다.. 2023. 7. 16.
가지 않은 길 아직 미답지 천지이나, 문득문득 가본 데라도 체계화의 욕망이 아직은 있다. 남들처럼 여행후기니 해서, 먹방 소개하고 교통편 어쩌니 하는 일은 나랑 천성이 맞지 않는다. 그렇다 해서 내가 저들이 블로그 후기에 써놓은 저런 글들에 도움이 받지 않는 건 아니라, 외려 반대로 절대적 도움을 받기도 하니, 나 역시 그런 데다가 한 숟가락 얹어야 그 신세에 한 줌 보태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내 적성과도 맞지도 않아 내가 할 일은 아닌 듯하다. 체계화란 무엇인가? 하지만 그 체계화가 어디 쉬운가? 이번 이태리 답사에서 나는 키츠와 셸리를 만났고, 그 감흥이랄까 하는 것들을 한 때는 영문학도를 꿈꾸었던 사람으로서 자못 비장하게 썼지만, 그 팩트 자체는 전연 자신이 없어, 하다 못해 영문학 개론서.. 2020. 7. 28.
응어리 풀러갔다가 회한만 쌓은 켄터베리 대성당 이 《켄터베리 테일즈》를 내가 처음 접하기는 아마도 중학교 무렵이었던 듯하다. 중3인가? 나는 서울 구경을 처음으로 했다. 서울이라기보다는 정확히는 부천이다. 이곳 원미동 어느 연립주택에 큰누님이 사셨는데, 그때 우연히 원미동을 왔다가 인근 책방에서 서가 맨꼭대기에서 찾아 내고서 산 책이 《복캬쵸 데카메론》이었다. 해적판 비슷했고, 종이질은 누렇게 떴다. 그나마도 100가지 예화 중 절반을 빠뜨린 형편없는 책이었다. 《켄터베리 테일즈》는 말할 것도 없이 《데카메론》의 복제다. 그 서문이 봄을 노래한 유려한 시다. 영문학도인 어떤 페친이 런던간다고 휙 나르더니 그 이튿날 포스팅을 보니 켄터베리 성당이더라. 대학에서 영문학과를 선택하고, 한때는 영문학도를 꿈꾼 나로서는 늘 이런 영문학의 현장을 보지 못한 것.. 2020. 7. 12.
중년中年이란 무엇인가? 연민이다. 고독이다. 허무다. 회한이다. 그리고.... 미투다. P.S. 모델은 중년을 지나 노년 단계로 막 접어든 포토 바이 오다. 2019. 5. 7.
"갈승개(曷勝慨)", 팔순 영조의 한탄 늙으면, 특히 죽음이 다가옴을 직감할수록 강개(慷慨)함을 이기지 못하기는 만승(萬乘), 혹은 천승(千乘)의 군주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아니, 지위와 권력이 높을수록 이 강개함은 더 농밀한 모습을 그런 일에 처한 사람들이 더 보이는 듯하다. 나야 그런 처지가 아니니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조선 21대 임금 영조(英祖). 숙종 20년(1694)에 나서 이복형 경종이 죽자 1724년 왕위에 올랐다. 1776년까지 재위하다가 죽었으니, 재위 기간이 물경 만 52년에 달하고 향년 또한 만 82세 기록적인 장수를 기록한다. 이름이 금(昑)이지만, 아마 이 본명으로 불린 일은 여든 생평에 몇 번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 숙종 혹은 형 경종 정도가 "금이야" 하고 부를 수 있었으니 말이다. 피붙이요 적자이며 차.. 2019.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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