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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켄터베리 테일즈》를 내가 처음 접하기는 아마도 중학교 무렵이었던 듯하다.
중3인가? 나는 서울 구경을 처음으로 했다. 서울이라기보다는 정확히는 부천이다.
이곳 원미동 어느 연립주택에 큰누님이 사셨는데, 그때 우연히 원미동을 왔다가 인근 책방에서 서가 맨꼭대기에서 찾아 내고서 산 책이 《복캬쵸 데카메론》이었다.
해적판 비슷했고, 종이질은 누렇게 떴다. 그나마도 100가지 예화 중 절반을 빠뜨린 형편없는 책이었다.
《켄터베리 테일즈》는 말할 것도 없이 《데카메론》의 복제다. 그 서문이 봄을 노래한 유려한 시다.
영문학도인 어떤 페친이 런던간다고 휙 나르더니 그 이튿날 포스팅을 보니 켄터베리 성당이더라.
대학에서 영문학과를 선택하고, 한때는 영문학도를 꿈꾼 나로서는 늘 이런 영문학의 현장을 보지 못한 것이 응어리 비슷하게 남아있다.
런던 지도를 보니 찰스 디킨즈 박물관도 있다. 조만간 이런 응어리를 조금은 풀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는 이렇게 외치리라.
"와 보니 좃또 아니네"
(2014. 7. 12)
***
이후 나는 저 켄터베리 성당을 기어이 갔다. 응어리 한 켠이 풀렸을까?
응어리를 쌓고 왔다.
뭐랄까?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일말의 회한 같은 감정이었다고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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