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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2457

상식에 겸허해야 하는 전문가 전문가는 쉽게 볼 수 없다. 어떤 분야이건 자기 일을 삼십년씩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가 진지하게 자신의 일에 몸바쳐 몰두했다면 삼십년 후에는 그가 도달한 지점은 쉽게 볼 수 없다. 어쨌건 우리나라도 해방 이후 칠십년이 넘었고 또 해당 분야 수준도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고 한다면귀기울여 들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기 일을 삼십년씩 진지하게 한 사람들이라면상식에 준하여 하는 비판이 얼마나 아픈 것인가 하는 부분을 잘 알 것이다. 사실 전문가에게 가장 무서운 질문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나오지는 않는다. 나올 질문이 뻔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논문을 투고하면 제대로 된 심사자가 심사평을 낸다면 그 심사평의 80-90프로는 그 내용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 2025. 2. 16.
내재적 발전론이 제자리를 맴도는 이유 필자가 대학 다닐 무렵 화두는 한국근대사의 내재적 발전론이었다. 광작, 자본주의의 맹아, 화폐경제 등 내재적 발전론을 뒷받침하는 많은 이론들이 이 시기에 양산되어 나왔다. 그런데-. 지금 그 시절부터 무려 40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고 때로는 이 이야기가 정말 사실을 반영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왜 그럴까. 사실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에도시대의 모습과 한말 조선의 모습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여기 김 단장께서도 쓰셨지만 필자 역시 소위 내재적 발전론의 화폐경제와 자본주의 맹아론은 아직도 확신하기 어렵다. 좀 더 냉정하게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때다. 언젠가 썼지만, 이제는 한국인이 바보라고 보는 사람들은 전 세계에 없다. 좀 .. 2025. 2. 16.
야요이인 논쟁에 한국 학자들이 참여해야 일본의 야요이인 논쟁에는 한국 쪽 학자들 참여가 필요하다. 결국 한국 쪽 이야기가 없으면 야요이시대에 대한 논의는 반쪼가리가 될 수밖에 없다. 야요이인이 한반도에서 갔네 안갔네 아무리 떠들어 봐야한반도를 모르면 전부 공염불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을 모르는데 여기서 일본으로 갔는지 안 갔는지 어떻게 증명하겠는가? 결국 야요이인 논쟁은 한국 학자들이 대거 참여해야 하는 주제다. 야요이인 논쟁은 일본사이기도 하고 한국사이기도 하고 그렇다.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되는 주제다. 2025. 2. 15.
일본에서 조몬 농경론 밑밥을 까는 이유 일본에서 나오는 주장 중에 조몬 농경론이라는 게 있다. 조몬시대, 흔히 생각하듯이 수렵채집만 한 것이 아니라 원시적이긴 하지만 초보적 농경이 있었다는 것으로 잡곡이나 도작 농경 같은 것은 아닐지라도 팥이라던가 녹두 등 쉬운 작물 재배는 있었다는 것인데, 이런 작물도 아마도 한반도에서 들어온 것일 것이다, 라는 전제를 깔기는 한다. 일본에서는 왜 이렇게 조몬농경론縄文農耕論에 집착하는 것일까? 필자가 보기엔 우리나라에서 신석기시대 농경론을 입증하기 위해 애쓰는 정도보다일본에서 조몬 농경론을 입증하고자 하는 시도가 훨씬 집요한 것 같다. 글쎄-. 필자가 보기엔 일본에서도 조몬시대 초보적 농경이 있었다는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이게 뭐 대단한 농경이 아니라는 것은 그쪽도 잘 안다고 본다. 문제는 이러한 초보적 .. 2025. 2. 15.
갱지의 추억 요즘은 종이가 너무 흔해서 젊은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필자 세대만 해도 갱지更紙의 시대였다갱지는 한 마디로 재생지다. 종이가 모자라다 보니 한 번 쓴 종이를 풀어 다시 종이로 떠서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색깔이 노르스름 거무튀튀하다. 필자가 국민학교 다닐 적에 이 갱지를 학교 앞 문방구에서 낱장으로 팔았다. 필자는 어릴 때 만화그리기를 좋아해서 종이를 사다 그림 그리는 게 낙이었는데 문방구에 가서 갱지를 돈이 있으면 열 장인가 사다가 그렸다. 종이 열장 주세요 하면문방구 아저씨가 솜씨 좋게 갱지를 쫙 벌려 열장을 세서 팔았다. 그 당시에는 달력 종이도 그냥 버리는 법이 없었다. 일력은 화장지로 썼고 월력 종이는 A4크기로 잘라 연습장으로 썼다. 이 귀한 종이의 기억이 우리는 점점 사라진다. 그러다 보니,.. 2025. 2. 14.
최종산물로서의 필사본 우리의 경우에도 유난히 아름답다고 절찬받는 필사본이 있다. 필자가 보기에 의궤 같은 것이 그렇다. 외교적 문제로 의궤가 이슈가 될 때마다 항상 같이 나오는 이야기는 아름다운 책이란 것이다. 왜 그럴까. 필사본이 최종본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필사본이 판각이나 활자인쇄를 위한 매뉴스크립트인 경우에는그 필사본에 공을 들일 이유가 없다. 요즘이야 워드프로세서가 있어 다르지만필자가 학생 때에도 원고지에 글을 쓰는 경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필자 기억에 워드가 본격적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퍼져나간 것이 대략 80년대 후반 연간이었는데 이전에는 종이에 글을 썼다. 물론 이걸 남에게 읽히는 최종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손으로 정성스럽게 정서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때 원고지 악필의 전설은 그렇게 생겨나는 것이다.. 2025.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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