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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박물관 뿌리는 상허 이태준? 내가 회고록 읽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런 글들을 훑다보면, 이런저런 새로운 정보를 많이 접하게 되거니와, 근자에 한번 훑은 국어학자 일석(一石) 이희승(李熙昇·1896~1989) 자서전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역시 그런 회로록 중 하나다. 내가 읽은 판본은 도서출판 선영사에서 2001년 11월 25일 1쇄가 나온 2016년 4월 20일 간행 그 재판이어니와, 그 원판은 이 책에 붙은 저자 서문에 의하면, 1975년 11월 8일에 시작해 이듬해 1월 26일까지 '나의 이력서'라는 제목 아래 《한국일보》에 연재한 글을 원바탕으로 삼고, 이후 "약간의 보충과 오기(誤記)가 뚜렷한 개소(個所)를 정정(訂正)하여" 1977년 한국능력개발사에서 나온 것이라 한다. 생몰년에서 보듯이 94세로 장수한 일석의 그 .. 2018. 8. 12.
궁주宮主 원주院主 전주殿主 《화랑세기》가 공개되었을 무렵, 저들 용어가 다시금 세간, 엄밀히는 고대사학계에 오르내렸다. 이들 용어는 《화랑세기》 곳곳에 등장하는 까닭이다. 이들은 실은 고려사를 무대로 하는 곳에 빈출한다. 《삼국사기》에는 단 한 번도 보이지 않고, 《삼국유사》에는 딱 두 군데만 등장하는 것으로 안다. 나아가 《해동고승전》에도 한군데 보이거니와, 그 등장 맥락이 《삼국유사》의 그것과 같다고 기억한다. 그런 까닭에 《화랑세기》 출현 이전에는 이것이 고려시대 봉작인데, 시대를 거꾸러 거슬러 올라가 신라시대에 붙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제법 많았다. 그런 의심이 이런 용어로 넘쳐나는 《화랑세기》가 출현하면서, 텍스트 자체가 위작이라는 의심으로 번지기도 했다. 내 기억에 이들이 대표하는 용어 문제로 가장 많은 심혈을 기울여 .. 2018. 8. 12.
《텍스트론》 편찬연대 선후가 반드시 계승 관계를 말하지는 않는다 같거나 비슷한 내용 혹은 같거나 비슷한 사건을 전하는 기록물 A와 B가 있을 때, 역사학도를 비롯한 텍스트 연구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오류가 그 편찬 선후를 배열하고선 그것을 계승 관계로 간주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A가 먼저 나온 기록물이라면 덮어놓고 B는 A를 베꼈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안이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A와 B가 그 선대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C와 D를 각각 참조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가 사금갑 이야기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증거에 의하는 한, 현존 문헌 중에 이 이야기를 수록한 가장 이른 시기 문헌은 《삼국유사》 기이편이다. 이후 이 이야기는 각종 후대 문헌에 빈번히 등장한다. 한데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후 문헌들이 모조리 《삼국유사》를 참조한 것으로 간주한.. 2018. 8. 12.
서원이나 향교엔 왜 은행나무가 많을까? 지금의 서울 성균관대학교는 그 이름을 성균관에서 따왔다. 그런 까닭에 그 역사 전통 또한 조선시대 국립대학에 해당하는 성균관에서 구하기도 하거니와, 하지만 이는 역사를 늘리기 위한 엿가락 조작의 결과이니, 이런 논리대로라면, 그런 국립대학이 모름지기 조선시대이겠는가? 고려시대에도 그런 학교가 있었고, 신라시대에도 그 원조로써 국학(國學)이 있었으며, 그것을 더욱 거슬러가면 고구려 소수림왕 때 국학으로 역시 뿌리를 구할 수 있거니와, 하지만 뿐이랴? 그 뿌리 역시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으로 쳐들어가니, 성균관은 공자를 시조로 삼거니와, 공자학단 그 자체가 곧 성균관인 셈이다. 지금은 삼성그룹으로 재단이 넘어간 성균관대학은 그 직접 뿌리가 해방 직후인 1946년에 있으니, 이때 저명한 유학자 출신 꼬장꼬.. 2018. 8. 11.
백일홍 품에 안긴 병산서원 올해는 아니나, 지금 안동 병산서원은 이 모습에 얼추 가까우리라. 백일홍 배롱나무가 꽃을 흐드러지게 만발하는 시즌이 이 무렵이니 말이다. 3년 전이다. 그때 무슨 인연으로 왜 이곳을 행차했는지 내가 자세한 기억은 없다. 아마 그 무렵 이를 포함한 전국 주요 서원을 엮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한다 하고, 그에 이 병산서원이 포함되어, 내가 그 무렵 이들 후보지 서원들을 찾기 시작할 때이니, 이 일환이 아니었던가 싶다. 내가 배롱을 만나러 간 것은 아니로대, 마침 그 시즌이었다는 기억만 남았다. 이 배롱나무, 서원이나 향교 같은 마당에서는 비교적 드물지 않게 보는 나무지만, 이곳 병산서원의 그 만발한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으로 뇌리에 각인한다. 이 병산서원은 서원 그 자체는 물론이려니와 그 앞 산과 계곡을 .. 2018. 8. 11.
달빛은 차가운데 인간세상 소는 왜 헐떡이는지 한시, 계절의 노래(140) 여름 밤 꿈속에서 짓다(夏夜夢中作) 송 주송(朱松) / 김영문 選譯評 만경창파 은하수에태극 배 띄워놓고 누워서 피리 불며출렁출렁 흘러가네 달나라 누각은뼛속까지 추운데 인간 세상에 헐떡이는 소진실로 못 믿겠네 萬頃銀河太極舟, 臥吹橫笛漾中流. 瓊樓玉宇生寒骨, 不信人間有喘牛. 전설에 의하면 경루(瓊樓)는 달나라 광한궁(廣寒宮)에 있다는 아름다운 누각이다. 천우(喘牛)는 천월오우(喘月吳牛)의 줄임말이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언어(言語)편에 의하면 중국 남쪽 오(吳) 땅의 소는 더위에 지쳐서 밤에 뜬 달을 보고도 해인줄 알고 숨을 헐떡인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해는 뜨거움을 상징하고 달은 차가움을 상징한다. 달나라 궁전을 광한(廣寒)이라고 명명한 이유도 달나라가 춥다는 인식과 관련이.. 2018.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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