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140)
여름 밤 꿈속에서 짓다(夏夜夢中作)
송 주송(朱松) / 김영문 選譯評
만경창파 은하수에
태극 배 띄워놓고
누워서 피리 불며
출렁출렁 흘러가네
달나라 누각은
뼛속까지 추운데
인간 세상에 헐떡이는 소
진실로 못 믿겠네
萬頃銀河太極舟, 臥吹橫笛漾中流. 瓊樓玉宇生寒骨, 不信人間有喘牛.
전설에 의하면 경루(瓊樓)는 달나라 광한궁(廣寒宮)에 있다는 아름다운 누각이다. 천우(喘牛)는 천월오우(喘月吳牛)의 줄임말이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언어(言語)편에 의하면 중국 남쪽 오(吳) 땅의 소는 더위에 지쳐서 밤에 뜬 달을 보고도 해인줄 알고 숨을 헐떡인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해는 뜨거움을 상징하고 달은 차가움을 상징한다. 달나라 궁전을 광한(廣寒)이라고 명명한 이유도 달나라가 춥다는 인식과 관련이 있다. 광한궁에는 누가 사는가? 달나라 여신 항아(姮娥)가 산다. 그 곁에 옥토끼와 두꺼비도 거주한다. 옛날 시인들은 흔히 더운 여름 밤 달을 바라보며 뼛속까지 스미는 한기를 상상했다. 이 시 작자 주송은 이에 더해 이 한기 가득한 시를 여름 밤 꿈속에서 지었다. 꿈속에서 은하수에 태극 배를 띄우고 피리를 불었고, 달나라 광한궁 찬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그 태극 배가 바로 달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반달」, 작사: 윤석중, 작곡: 윤극영)라는 동요 가사와 똑 같은 풍경이다. 이 시 작자 뿐만이 아니다. 구양수, 왕안석(王安石) 등 수많은 사람이 ‘몽중작(夢中作)’을 지었다. 하긴 영국 시인 콜리지가 쓴 「쿠빌라이 칸(Khubilai khan)」도 꿈속에서 지은 시라고 한다. 위대한 시인들의 상상력은 꿈과 현실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셈이니, 한갓 40도도 안 되는 무더위가 무슨 대수이겠는가?
'漢詩 & 漢文&漢文法'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들어가는 대지 (0) | 2018.08.16 |
---|---|
구슬처럼 튀는 빗방울 (0) | 2018.08.16 |
귀뚜라미랑 보내는 밤 (0) | 2018.08.11 |
농촌의 일상 (0) | 2018.08.08 |
가을문턱에서 (0) | 2018.08.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