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포함한 프랑스 땅이라고는 생평 처음이지만, 또 그런 까닭에 풍찬노숙 대미를 장식할 구라파 탐사지 첫 코스로 파리를 골랐지만, 그렇다고 내가 백수십 년 전 서양문물을 견학하면서 그래 우리도 이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을 거듭한 신사유람단 일원일 수는 없는 법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제아무리 첫 만남이라 해도 에펠탑을 보고 '와! 쓰바 나도 봤다' 외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막상 그것을 마주했을 때 그런 마음은 털끝만큼도 미동하지 않았으니, 그 고철덩이 앞에 선 나는 불감증이요, 발기불능이었다.
그러기엔 저 고철덩이는 너무나 친숙했으니, 뭐 굳이 들자면, SNS로 맨날맨날 매양늘상 이런저런 수작 주고받다가 마침내 직접 대면했을 때와 같은 그런 느낌과 비스무레하다고 설명하는 편이 좋겠다.
에펠탑은 숙소로 잡은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였으니, 자빠지면 코끝이 깨질 자리였다. 짐을 풀기가 무섭게 두 처자를 저녁 접대하기로 했으니, 어디로 갈까를 망설이다 보니, 파리 하늘을 횡단했을 해가 서쪽으로 숨을 헐떡일 조짐을 보이는지라, 그래 그 고철덩이 조망할 동쪽 편으로 가자 해서 그쪽으로 뚜벅뚜벅 향했더라.
애초 파리 숙소를 고를 적에 이동거리를 고려해 숙소를 잡았거니와, 앞서 말했듯이 마침 그 주변엔 유네스코 본부가 있다는 사실도 나를 그쪽으로 이끈 동인 중 하나였다. 고철덩이 동쪽 편을 걸으며 그 생각이 퍼뜩 나서, 유네스코나 함 가보자, 가서 그 마크 앞에서 차렷자세로 나도 왔단 흔적일랑 박아두자 해서, 그쪽으로 갔더랬다.
어디선가 내가 썼듯이, 지금은 파리, 아니 프랑스를 대표하는 마스코트요 랜드마크로 통용하는 저 에펠탑은 파리라는 전체 경관에서 여전히 흉물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 아래 똥구녕 쪽에서 올려다 보니, 그 흉물스러움은 더욱 배가하거니와, 애초 이걸 만든 친구들은 무슨 꿍꿍이로 그럴 생각을 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파리가 이 꼴이니, 런던은 런던아이로 맞장구를 쳤는지 모르겠다.
말한다. 에펠탑은 파리의 오지랍 귀신이다. 어디에서도 튀어나오지 않는 데가 없다. 어디에서건 그 대가리가 안 보이는 데가 없다.
*** November 18, 2017 글을 약간 손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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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못본 구라파 유람기》 (1) 마카롱이 마련한 고철 불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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