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내륙 중부 한촌閑村 아시시Assisi는 의무감으로 왔기에 움직이는 동선에 문제가 있었다.
이 신앙마을은 산상 언덕배기에 자리한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으나 그 최정상은 지금은 유적으로만 보호하는 로카 마조레라는 고색창연한 성채가 똬리를 튼 가운데
그 기슭 아래로 옹기종기 올망졸망 각종 성당이라는 성당 수녀원이라는 수녀원은 죄다 모아 놓은 듯함 종교 콤플렉스라 보아야 한다.
한데 그 가파르기라, 내려갈 때야 떠밀려가는 기분이지만 거꾸로 거슬러올라갈 때는 등산이었다.
나는 그 최정상 가까운 지점을 선택해 버스에서 내렸으니 로카 마조레부터 느긋이 아래로 내려오며 공략하잔 심산이었다.
이쪽 종교촌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성 프란체스코 대성당이라
이런 존재는 보통 사방을 조망하는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마련이지만
이 분은 어찌된 셈인지 맨 아래쪽이라 할 만한 데를 정좌한다.
내 패착은 곧장 예부터 공략한 일이었다.
그래서 꼭대기 바로 아래서 냅다 아래로 치달려 대성당으로 갔다.
왜?
직전에 알았는데 저 성당에 조토 그림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까닭이다.
실은 이 성당서 죽을 치려했다. 남부럽지 않은 도판 자료 확보하겠다는 심산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부푼 꿈은 이내 산산조각 났으니 사진촬영금지가 아닌가?
갓댐 불싯을 외치면서 이내 김이 빠져 어디를 둘러볼까 하다가 애초 생각한 첫 공략지점 로카 마조레를 골랐다.
결론은?
대성당 참사를 보상하고도 남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에서 조망하는 천하는 너무나 아름다웠고 사방사방 구석구석 어디 하나하나 황홀찬연 아닌 데가 없었다.
다만 아래쪽에서 다시 그 정상을 오르느라 혼이 났다.
가뜩이나 하도 많이 걸어다니는 통에 요새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데다
그에 올라서도 다시 그 안쪽 성채로 입성해서도 계속 등반이었다.
그 험준 우람하게 선 성벽 자체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진이라는 진 에너지라는 에너지는 모조리 탕진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이미 아시시는 다녀온 분이 천지사방이니 내가 뭘 보태겠는가?
다만 오늘 내 선택을 바탕 삼아 말하건대
로카 마조레 아래 정상 부근에서 내려 저 마조레를 먼저 공략하고선 아래로 차츰 내려오다 대성당에서 화룡점정하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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