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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참말로 요란스러웠던 30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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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에 없던 여우 사냥을 하게 생겼다"

배용준 주연 영화 조선남녀상열지사 대사 한 토막 아닌가 한다.

나는 일을 벌리는 스타일이라, 이거 하다 각중에 다른 데 꽂히기를 반복한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돌아보면 내가 어디 와 있는지 모를 때가 많다.

지금이야 능산리에 올인하나, 곁가지도 많아 어제부턴 느닷없이 20년전 어느 일본책 번역 초고 찾아내고선 발광을 떠는 중이다.

보니 일주일이면 끝낼 거 같은 착각에 방방 뛴다.

2002년, 나는 《화랑세기 또하나의 신라》를 김영사에서 냈다.

그 직전 나는 《풍납토성 500년 백제를 깨우다》를 냈는데, 화랑세기는 실은 풍납토성 준비하는 과정에서 허함을 달래려 쓴 책이다.

한데 화랑세기를 쓰면서 또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허해져 책 하나를 썼으니 그것이 바로 작년에 나온 《직설 무령왕릉》이다.

왜 이리 무령왕릉이 원고 완성에서 출간까지 늦어지게 되었는지는 차차 말할 기회가 있을 듯하고,

당시 무령왕릉을 집필하면서 그 허함을 달래려 준비한 것이 바로 지금 교정에 들어간 일본책 번역이다.

한데 이를 번역하며 당시에 일본책 두 책을 동시 번역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쓰다 소키치 진전좌우길進田左右吉 일본 고대사 2부작이니 《고사기 급及 일본서기 연구》와 《일본 상대사 연구》가 그것이다.

이 2부작 번역원고는 망실하지 않았나 한다.

《화랑세기 또하나의 신라》 서문에 보면 아마도 나는 화랑세기 5부작을 준비 중이라는 말이 있을 것이다.

번역에 몰두할 무렵 그 5부작 중 제2부작으로 나는 책 원고 하나를 더 썼다.

박제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 원고는 최근 모 출판사에 출판을 의뢰했다가 거절당했다.

이 원고는 다른 출판사를 찾을 것이다.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작금 중앙선데이에 '한국사 선택 그 순간'인가 하는 시리즈를 연재 중이다.

이 연재가 나로서는 비교적 쉬운 까닭은 실은 그 원고 중 상당수가 저 화랑세기 제2부작 원고이기 때문이다.

이후 나는 후쿠나가 미쓰지의 대작 《도교사상사연구》를 거의 완역했는데, 이건 모출판사와 번역계약까지 했다가 무산 되고 말았다.

각중에 이 얘기를 왜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쉼없이 달려왔다.

이젠 좀 지친다. (2017. 1. 7)


***


저에서 토로한 내용 중 실현해서 결과로 산출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지금 돌아보니 왜 저리 요란스레 살았는지 모르겠다.

기고만장이란 말 자주 쓰는데 그 기고만장이란 한 마디로만은 설명하기 힘든 듯하다.

야망?

이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다만 지금 돌아보니 다 부질없는 짓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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