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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치카자와쇼텐, 조선학총서를 내다(2)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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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세키노 타다시의 <조선미술사>, 아유카이 후사노신의 <잡고> 시리즈가 1930년대 경성 장곡천정(하세가와쵸, 지금의 서울 소공동) 74번지에 있던 근택서점, 곧 치카자와쇼텐에서 나왔다.

그 광고지를 보면 이 책들은 그냥 나온 것도 아니고 7원, 1원 80전~6원 50전(우송료 별도)이란 거액을 붙인 호화판으로 나왔다.

일제 때는 금본위제도라 해서 화폐가치가 금을 기준으로 매겨졌다.

거칠게 말하면 이 시절 돈은 은행에서 금과 바꿀 수 있는 증서였다고나 할까.

그 법정가치는 금 1돈에 5원이었다. 지금 금값으로 치면 1원이 대강 10만원 정도인 셈.

세키노의 <조선미술사>는 70만원+a짜리였다.

하지만 그때, 1920~30년대 기준에서 7원의 실질가치는 도대체 어느 정도였을까?

1924년 발표된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보면 김첨지가 '운수 좋은 날' 선술집에서 마신 막걸리 곱빼기 한잔 값이 10전이었다.

100전=1원이니 10전이면 만원 남짓이란 얘긴데, 요즘 막걸리 한'병'에 2~4천원 하는 걸 생각하면 한잔에 만원이란 좀 비싸게 느껴진다.

그때 7원이란, 그 비싼 막걸리 곱빼기를 70잔 먹을 수 있는 돈이었다.

그 돈을 주고 "낙랑 이천년래의 예술을 설명하는 조선에 있어 유일한 미술사" 한 책이나,

조선의 '속자'를 설명하는 책 한 권을 냉큼 살 수 있던 이가 과연 몇이나 있었을지, 자못 궁금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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