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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나는 어떻게 논문을 썼는가 (2) 국성國性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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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정신을 국민국가론 반석으로 올려놓은 양계초

 
내가 쓴 논문 중 가장 애착하고 가장 심혈을 기울였으며 가장 장대하게 쓴 글이 동아시아 상무정신의 발견이다.

이건 포스코 청암재단에서 거금 천오백만원을 지원받아 그에서 발표하고 훗날 한국고대사탐구에 탑재까지 했으니, 이건 실상 동아시아 국민국가론이었다.

동아시아에서 국민국가 nation-state를 어찌 만들어냈을까는 주로 정치학과 일부 역사학도가 관심을 기울이는 문제지만,

나는 그 핵심 키워드로 저 상무尙武 정신을 들었으니, 그 이전까지 상무정신을 든 사람은 없다. 

저 논문 발표 이후 상무 정신을 거론한 논문 몇 편을 봤는데, 다 내 논문을 인용했으니 내가 총구를 당긴 것만은 분명하다.

이 상무정신을 적출하는 과정은 나중에 혹 기회가 닿으면 이야기하기로 하고, 

저 논문은 내가 청암재단 지원대상이 되고 나서 쓴 게 아니라, 이미 골격은 완성된 상태에서 누가 재단을 소개했기에 내가 이미 골격을 잡은 저 논문으로 신청한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나는 가제품을 들고서 들어간 것이다. 

그것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구한말-식민지시대 글들을 거의 마구잡이로 읽어내려가는데, 그에서 보니 심심찮게 저 말이 나왔다.

국성國性이 도대체 뭘까? 

이는 신조어임이 분명했다.

왜?

전통시대 이전에는 보이지 않는 말이요, 설혹 보인다 해도 구한말 이래 보이는 그 맥락과는 전연 다른 까닭이다.

도대체 저 말은 무엇을 번역한 말일까?

그래서 기존에 내가 논설류 등을 읽으면서 적출한 몇 가지 사례에다가

검색 기능을 이용해 다른 데서 보이는 비슷한 시대 국성을 두고서 장기간 숙고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어느 한 순간 대가리를 치는 게 있었다. 

nationality

이것이었다.

훗날 국민성이라는 이름으로 정착하게 되는 바로 그것.

저 국성이 발명됨으로써 국민국가는 더욱 체제를 정비해 가는 것이다. 

저 국성에 대해서는 단독 논문을 제출하지는 않았다. 

저 상무정신 논문에다가 아주 잠깐 녹이고 말았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도 저 국성이라는 말은 참말로 아깝다.

단독 논문으로 완성해도 될 만큼 충분히 중대한 키워드였는데, 녹이는 바람에 죽고 말았다.

예서 문제가 하나 있었다.

기존 학계에서야 나를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나마 내가 발표하는 통로는 모조리 고대사 아니면 고고학 아니면 아주 가끔 민속학이었으니,

저걸 발표 혹은 탑재하려면 근현대사나 정치외교학 혹은 사상사로 가야하는데, 그쪽엔 나는 연이 전연 없었다. 

저 상무정신, 덧붙여 저 국성과 관련해서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같다.

어떻게 글을 구상하고 어떻게 쓸 것인가?

죽자사자 읽고 죽자사자 생각해야 한다.

그 죽자사자 읽어야 하는 텍스트는 거지 같은 남의 논문이 아니라 이른바 원전이다.

원전과 승부하라.

그리고 메모하라! 

이 두 가지가 나는 당신을 진짜 연구자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저 두 가지만 장착하면, 세상 어떤 놈 만나도 두렵지 않고 내 이야기 가능하다.

세계 석학?

까고 있네

그딴 게 어딨어? 

다 내 발밑이다.

실제 저 석학이라는 사람들 만나보면 암것도 없다.

나보다 나은 놈 한 놈도 못 봤다. 

단, 나는 전업연구자 길이 싫었다.

그건 알바였다. 

난 기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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