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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라고 팥죽, 설날이라고 떡국 이런 등식을 내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게 말이다, 꼭 이런 데서 저런 날을 보내면 괜히 폼낸다 그러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굳이 그런 걸 찾아서 그런 날을 기념하고자 하는 묘한 심리가 발동하기 마련이라
이건 반작용이라는 효과도 있는데 애들 말이다.
이 놈들이 한참 식성이 좋은 나이라, 얼마나 먹어대는가 하면, 가계를 휘청이게 할 정도다.
한데 이 놈들 허영심도 대단해서, 난 가끔씩 한식 일식 중식을 하고픈데, 이 놈들은 그런 건 한국에 돌아가면 언제건 먹을 수 있는 것이니,
이태리에서는 이태리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통에 내가 이길 방법이 없다.
쥐똥 만한 놈들이 무슨 헛바람이 불었는지, 이런저런 나는 난생 처음 보는 이태리 음식 찾아 고루 드시면서 하는 말들이 더 가관이라
"난 이태리 파야"
하는데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8시간 시차 때문에 설날 개시 시점이 다르기는 하다만,
겨우 설득해서 그래도 설날인데 떡국 먹자 해서 오늘 저녁은 떡국을 먹기로 낙착을 봤다.
지금 숙소 로마 테르미니 근처에는 한식당이 서너 곳 있으니,
개중 어제 오르비에토 다녀오는 길에 부러 그 식당에 들러 내일 떡국 서비스 하냐 물으니 한다 해서 그리 낙착봤다.
떡국 한 그릇 얻어먹기가 이리도 힘들어서야 되겠는가?
마지 못해 떡국 먹는데 동의하는데, 이 찜찜한 기분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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