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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근자 들어 내가 하는 말들에 신경이 거슬리는 분도 적지 않으리라 보거니와,
자칫 한국문화 비하 발언으로 비칠지도 모르는 말을 내가 부쩍 많이 하는 까닭은 나 나름으로서는 한국문화사를 객관화 상대화하기 위함이라고 변명해 둔다.
지금껏 구축한 한국문화사는 그 내용을 볼짝시면 내가 보건대 갈라파고스 섬 이론 딱 그것이라,
지 혼자 지가 잘난 문화라, 도대체가 그 잘남이 사실이라 해도 비교가 있어야 함에도, 또 그런 시도가 없지는 않지만,
내가 보건대 그 시도는 거의 억지에 가까웠으니, 이걸 깨부셔야 한다는 일념 하나는 투철하다 해 둔다.
이 비교는 시공간 양날개를 축으로 삼거니와, 동시대 문화상을 검토해야 하며, 아울러 이 시대는 공간을 아울러야 하며,
그러면서도 이 문화상은 시간 또한 흩뜨린 비교도 있어야 한다.
한반도 안에서의 시간 배열도 있어야겠지만, 그 시간이 세계문화사에서는 어느 곳 어느 시대에 등치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
이 비교는 꼭 상호간 직간접 교유가 있어야 성립하는 것은 아니어서, 종래 이 비교는 언제나 한국문화사에서 직간접 교유를 대상으로 삼았으니,
실크로드에 대한 과도한 에너지 투하를 나는 그 직접 대표 증좌로 본다.
로만 글라스 몇 점 나왔다는 이유로 실크로드에 그것이 마치 무슨 대단한 일인양 침소봉대하는가 하면,
지금도 하는 일이라고는 그 로만글라스 출토지점 유라시아 지도에 표시하면서 줄을 죽죽 그어 우리도 세계랑 열려있었다고 설레발치곤 하거니와,
포항 앞바다에서 버린 라면 봉다리가 다음날 일본 열도 이즈미 해변에 출현했다 해서 그것이 아주 의미가 없지는 않겠지만, 이걸로 어찌 교유 운운하는 개사기를 치겠는가?
한반도가 동시대 세계랑 절연하거나 교유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말하는 비교는 그것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어야 한다.
나는 요즘 들어 부쩍 또 저짝 고고학 발굴을 예화로 들면서 그 탈것들을 상여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주문하거니와, 이것이 어찌 직간접 영향이리오?
하등 직간접한 접촉이 없었음에도, 이상하지 아니한가? 왜 이짝에도 저짝에도 탈것들이 상여인가? 이 점이 수상하지 않은가?
나는 이에서 프로토 문화원형을 제창하고 싶거니와, 아직은 설익은 단계라 그것을 체화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겠거니와,
저 하늘 위에는 인간이면 공유하는 그 무엇이 있어 그것이 지상으로 강림할 적에는 시간과 공간을 달리해서 나타나기도 한다고 본다.
혹 저짝 유럽을 여행하면서, 또 그짝 박물관들이라는 데를 돌면서 낌새 이상한 것들이 뇌리를 스치지 아니하는지 모르겠지만, 저짝에도 명기明器라 일컫는 유물이 그토록이나 많다.
명기라 하면 이쪽에서 전유하는 듯하지만, 천만에. 저짝 박물관을 보면 무덤에서 끄집어냈다는 코딱지만한 그릇이 모조리 실은 명기라,
다만 저짝에는 저 명기라는 개념 자체가 내가 보건대 거의 부재한 까달에 이런 부문이 제대로 부각하지 못한 상태다.
저 탈것 상여론도 그러해서 저짝에서는 상여라는 관점 자체가 내가 보건대는 아주 없는 게 아닌가 한다.
이걸 누군가는 개념화해야 하며, 이 개념들로써 세계문화사를 써내려 가야 한다고 본다.
어찌 이런 것들이 직간접 교유에 의함이겠는가?
로만글라스가 여기도 나오고 저기도 나왔으니 두 지역간 교유가 있었다? 이런 비교는 개돼지나 하는 짓이다.
시공간이라는 양날개를 시종 중시하되, 때로는 그것을 뛰어넘는 그 무엇을 우리는 등치해야 한다.
두서 없이 몇 자 긁적거렸거니와 지금껏 말한 중구난방, 이구동성들은 부디 내가 바라건대 내 죽기 전에 내 손으로 얼개를 구축할 날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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