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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나는 큐레이터 사명으로 키워서 잡아먹어야 함을 역설했거니와,
근자 이런 극명하게 보여주는 보기로 달항아리만큼 유명한 게 없다.
이 달항아리 말이다. 내 기억에 저 키우기 전 시장 거래 가격은 물론 품질마다 다르겠지만 대략 5억원에서 10억원 사이에 거래됐다.
이 시장 가격이 그 키움이 있자 두 배로 뛰어서 곧장 점당 20억원으로 훌쩍 뛰다가 요새는?
가격에 상한도 없고 무엇보다 거래량 자체가 뚝 끊겼다. 없다! 아예 물량 자체가 없다.
가끔 외국 시장에서 한 점 나오기는 하는데 그 가격이 천정부지다.
이 달항아리라고 하면 흔히 최순우와 김환기를 지적하지만 천만에!
그네가 그 가격을 올리고 품귀 현상을 불렀다 하겠지만, 저네들 세대에 달항아리는 애교 수준이라 봐줘야 한다.
최순우가, 김환기가 아무리 달항아리 달항아리 외쳐도 찻잔속 태풍이었다.
그런 달항아리가 어느날 느닷없이 한국 미술사를 대표하는 아이콘처럼 뛰어오르는데 그 결정적인 불을 지킨 것이 바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관 기념전으로 개최한 특별전이었다.
흔히 이 전시를 당시 구라 청장인 유홍준이 문화재청장 재직 시절 기획했다 하고, 실제로 그런 측면이 다대하지만, 그것을 실질로 만드는 이는 따로 있었다.
초대 고궁박물관장 소재구였다.
직전까지 저 고궁박물관은 이름도 덕수궁유물전시관이라 코딱지만한 구멍가게였다.
저걸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해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옮겨간 자리에 냅다 똬리를 튼 것이 국립고궁박물관이었다.
그 개관 기념전으로 저 달항아리를 제안한 것은 소재구 본인한테 확인해야겠지만 유홍준일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훗날 두고두고 뒷말을 남기기도 하는데, 왜 달항아리였을까?
그것을 소장한 기관과 유홍준의 밀착관계 때문이었다. 결국 달항아리는 천정부지로 솟았고, 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유홍준은 달항아리 일제 조사를 벌여 기존에 알려진 것으로 국내에 소장이 확인된 것들은 모조리 보물로까지 지정해 버렸다.
저 고궁박물관 달항아리 개관전은 소재구 발탁과도 밀접한데, 이건 당사자들이 다 시퍼렇게 살아있어 내가 말을 아꼈다만, 초대 박물관장 후보자는 애초 소재구가 아니었다. 그는 국박에서 넘어온 굴러온 돌이었다.
그런 그가 왜 발탁되었을까? 저 개관 나아가 그 개관 기념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애초 박물관장으로 내정 비스무리하게 된 이가 난색을 표시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너 관둬! 해서 대타로 발탁된 이가 소재구였다.
저 특별전 소재구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
암튼 그렇게 해서 소재구는 특별전을 밀어부쳐서 대성공을 이끌어냈다.
그것을 개관하면서 소재구가 나한테 한 말을 지금도 뚜렷이 기억한다.
"어떠세요 김 기자님, 보름달이 죽 뜬 거 같지 않으세요?"
그렇게 해서 우리가 지금 아는 달항아리가 만들어졌다.
한국미술 달항아리?
그건 피조물이다.
그에 힘입어 천지사방 외국을 돌아다녀도 저명한 박물관 미술관 한국전시 혹은 동아시아 전시코너에는 달항아리가 빠지지 않는다.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이던가? 거기에도 떡 하니 그 복판을 저 달항아리가 정좌한다.
물론 조선시대 그것이 아니라 현대 작가 누구의 것이지만 말이다.
달항아리 키워서 잡아먹듯이, 진짜로 이것만은 내가 키워야겠다 생각하는 것은 내가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키워야 한다.
나는 이를 큐레이터들이 해야 한다고 본다.
좋은 유물?
그딴 게 어딨어?
좋은 유물이라 강요 윽박된 가치만 있을 뿐이다.
가자! 가치를 주입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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