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화는 한 민족이나 개인이 전통적으로 이어온 생활 습속에 따라 제작한 대중적인 실용화이다.
일반적으로 민속에 얽힌 관습적인 그림이나 오랜 역사를 통하여 사회의 요구에 따라 같은 주제를 되풀이하여 그린 생활화를 말한다.
대체로 비전문가의 작품이지만 직업화가가 그린 것도 있다.
무속·도교·불교·유교 등 종교 관련 그림이나 장식용 그림이 많다.
민화에는 순수함·소박함·단순함·솔직함·직접성·무명성·대중성·동일 주제의 반복과 실용성·비창조성·생활 습속과의 연계성 등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민화라는 용어는 민화의 아름다움에 반한 일본인 야나기가 맨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민화라는 표제 항목을 설정하고서는 이리 말한다.
그러면서 더욱 간단히는 "한 민족이나 개인이 전통적으로 이어온 생활 습속에 따라 제작한 대중적인 실용화"라 축약한다.


좀 아리까리하고 분명하지 아니한 대목이 적지 않아 다른 자료를 찾아 본다.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에서는 민화를 따로 항목으로 설정하면서 이르기를
"민화는 주로 조선시대 무명 화가들이 정통 회화를 모방하여 그린 그림을 일컫는다.
대체로 전문적인 회화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자유로운 기법으로 그렸다.
그리하여 민화가 문인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기도 하지만, 인간의 정서와 감정을 해학적으로 재치 있게 표현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민화는 조선 후기에 유행했으며, 생활공간을 치장하거나 기복 혹은 액막이를 하는 등의 용도로 활용되었다."
이런 기술들을 보면서 나는 그네들 이른바 전문가 그룹에서는 어느 정도 동의 합의가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아리까리하기 짝이 없다고 본다.


민화民畵라는 말은 말할 것도 없이 지배 권력층이 아닌 그네들 피지배계층인 民을 염두에 둔 그림을 말하거니와 이 개념이 성립하려면
첫째 제작 주체라는 관점에서 그것을 집중 생산한 사람들이 民으로 분류될 수 있어야 하거나
둘째 그 소비 측면에서 그것을 집중 소비한 사람들이 民이거나,
셋째 그 소재 혹은 주제라는 측면에서 民의 다채로운 생활 습속을 한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문제는 지금 민화라고 통용되는 것 중에 저에 해당하는 그림이 과연 있는가? 라 할 수 있으니,
저에 딱 해당하는 그림은 실상 무신도 정도나 해당하며, 불화 또한 그 범주에 넣을 수도 있거니와 나아가 김홍도 신윤복 풍속화 또한 이 범주에 넣을 수 있겠다고 본다.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작금 개최 중인 민화3전을 어제 돌아봤거니와,
이전 두 번의 민화전도 그랬고, 이번 전시품들도 그러한데, 내가 걸린 그림 중에서 민화라 내가 납득할 만한 그림은 단 한 점도 없다 단언해도 좋다.
이것이 부디 주최 측을 비난하는 말로 해석되지는 않았으면 싶다.
왜?
주최측은 저 민화라는 범주로 기존 학계가 범주화한 것들을 충실히 갖다 놓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저 전시는 우리가 생각하는 민화와 학계가 그리는 민화가 현격히 다르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폭로한다.

무엇보다 압도적인 전시품 다수가 병풍이거니와, 그 병풍 중에서도 책가도니 수렵도니 하는 대작들이 있거니와,
그 어떤 그림도 민이 제작할 수도 없고, 그 소재가 民적인 것도 아니며, 그것을 향유한 계층도 결코 民이 될 수는 없다.
입춘첩? 내가 어린 시절 전형하는 民을 살았으나, 그런 입춘첨을 대문에 걸어본 적 없다.
왜? 먹고살기도 바쁜 판국에 무슨 한가롭게 그림이란 말인가?
그림이라고는 눈씻고 구경도 하지 못했고, 그러다가 훗날 국민학교 들어가 고학년이 되니 비로소 동네에 한 부 들어오기 시작한 농민신문이랑 학교에 들어오기 시작한 소년한국일보 하나가 있었을 뿐이며, 그림은 그런 신문지 벽지로 쳐바른 것밖에 없었다.
무슨 그림?

이번 전시품들도 그렇고 이전 민화 전시품들도 실상 民과는 하등 관계 없는 살롱 문화 전통에 뿌리박는다.
나보다 하루이틀 먼저 현장을 돌아본 내 친구 춘배는 이번 전시에는 진짜 민화가 많이 보인다 했지만,
글쎄 내 눈이 잘못됐는지 모르겠지만 나한테 民적인 작품은 단 한 점도 없었다.
철저히 권력지배층이 향유한 사치만 있을 뿐이었다.
저 책가도 병품이, 저 문자도 병풍이 어디가 民的이란 말인가?

까막눈밖에 없는 사람들한테 무슨 사치롭게 문자란 말이며 무슨 병풍이며 무슨 책이란 말인가?
민화는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말이다.
따라서 민화는 개념과 분류를 새롭게 해야 한다.
저 전시를 제대로 즐감하는 길은 민화라는 전시 주제, 혹은 기념 자체를 박멸하는 길이다.

민화라는 돗수 높은 돋보기 안경 집어던져버리면 새 세상이 보인다.
그 시대가 갈구한 권력지배층의 살롱을 향한 열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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