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천 집 한 구석탱이라, 저기는 지금 엄마가 각종 다용도 창고로 쓰는 중이다.
도시로 나간 아들딸한테 보낼 다마네기며 마늘이며 하는 것들을 임시 보관하는 창고이기도 하면서, 가끔 용돈벌이할 요량으로 내다 팔 것들도 임시로 보관하는 곳이기도 하다.
저기가 본래는 마굿간이었다.
저기에 소마굿간과 돼지우리가 각각 있었다.
소는 암소 한 마리 성년이 된 놈을 키웠고, 돼지 또한 새끼를 금방금방 쑥쑥 낳는 암퇘지 한 마리를 키웠다.
그 소는 임신기간이 아주 길다는 단점이 있지만, 대개 1년에 한 마리씩 송아지를 낳았으니, 그 송아지 적당히 키워 쫄래쫄래 다닐 때쯤이면 그걸 팔아 내 대학 등록금을 댔다.
두 가축 중에서도 돼지가 먼저 퇴출되고 이후 아버지 또한 거둥이 불편해지면서 소 또한 없어졌다.
돼지와 소가 사라진 시점이 아주 묘해서 내가 그런 대로 벌이를 하게 되면서 찢어진 가난을 탈출하게 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돼지랑 소가 사라지고 마굿간이 없어지니 비로소 우리 집에서는 그 똥내가 사라졌으며, 그 똥내를 기반으로 삼는 파리 모기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었다.
가축을 키운다는 것, 이걸로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는 사람들이야 다른 문제겠지만, 소 한 마리 돼지 한 마리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실은 고역인지 겪어보지 아니한 사람은 모른다.
모르는 사람들 보기엔 그게 낙가적이겠지만, 웃기는 소리.
매일매일 싸대는 똥오줌에 그것이 범벅하는 거름 처리 문제는 실은 골이 아프고, 저놈들이 쳐먹어대는 그 엄청난 양을 갓다대다가는 허리가 휜다.
겨울에는 매일매일 쇠죽을 끓여 바쳐야 했고 여름에는 매일매일 소를 먹이러 산곡간을 돌아다녀야 했다.
소는 산에다 풀어놓고선 어둑해질 무렵 소를 찾아 다시 데리고 오는 일, 그래 일단 풀어놓으면 할 일이 없기는 하다만 그 일을 매일매일해야 하는 사람은 고통이었다.
마굿간은 주기로 치워줘야했으니, 그 똥오줌으로 범벅한 거름은 어찌 그리 자주 쌓이는지, 그 엄청난 것들은 따로 도로변 적당한 곳에다가 쌓아두었다가 나중에 퇴비로 썼으니, 그걸 이고지고 나르는 일이 고역 아니겠는가?
저들이 있어 살았지만, 가난의 굴레는 벗어날 수 없었다.
소 한 마리 돼지 한 마리 키워 어디다 입발림을 하겠는가?
계산기 두들기면 밑천 덜어먹는 농사였다.

저들이 퇴출되면서 비로소 가난의 굴레를 벗어났다는 이 역설을 문화사학도들은 어찌 해명하려는가?
난 말은 키운 적 없으나 소에는 이골이 났다.
비슷하기도 하면서 다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기마문화 마구馬具로 떠드는 개새끼들을 나는 증오한다.
멋도 모르면서, 그 실체도 모르면서 등자로 떠들고 기마문화를 떠드는 새끼들 그래 솔까 아가리 찢어버리고 싶다.
좆도 모르는 놈들이 함부로 주둥이 뇌까리면서 등자가 어떠니 떠드는 꼴 솔까 토나온다.
그건 고통이었다.
등자?
까불지 마라.
한국 농촌은 벼농사를 버림으로써 비로소 가난에서 벗어났다.
이런 말에 식량안보주권 운운하며 헛소리 찍찍 하는 놈 천지라, 지들은 농사 지어 보지 않았으니 그딴 엄한 소리밖에 더 하겠는가?
너가 농사지어바라 이 잡것들아.
뭐 농민이라고 막걸리만 마셔야겠니?
그네들도 햄버거 콜라 커피 양주가 좋다 한다.
식량안보? 너나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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