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메모한 청장관 이덕무, 박지원이 정리한 그의 행적
이덕무 행장에서 유념할 대목들
앞서 나는 연암집이 수록한 이덕무 행장 전문으로 전재한 다음
그에서 내가 생각할 적에 유념할 대목을 따로 추려 뽑아봤으니
박지원이 증언하는 이덕무 학문 행각 중에 차기箚記 습성이 있으니, 이것이 결국 메모라는 사실을 계속 상기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이덕무 행각 만이 아니라, 그 행장에서 내가 필요한 정보들을 적출하는 그 자체가
나한테는 실은 내 공부방식이었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었다.
저 행장에서 예컨대 그 차기만 해도, 이덕무가 그런 방식으로 공부했다고 연암이 증언했거니와,
이 대목을 뽑아서 차기 혹은 메모라는 키워드로 저장하고
다른 글들을 읽으면서 그와 관련한 기술 혹은 증언들을 만나면 다시 그에다가 덧붙여 갈무리하게 되거니와
이렇게 해서 몇 년이 지나지 아니해서 차기와 관련한 논문 한 편을 엮을 수 있다.
이것이 내가 공부한 방식이었고, 그것이 내가 논문을 구상하는 방식이었다.
또 문집 발간과 관련해 이덕무 문집은 그의 죽음 직후 그를 생전에 총애한 왕 정조의 특별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했거니와
이는 문집 발간을 둘러싼 양태의 한 단면을 증언하는데
첫째 정조가 내탕금을 내어 놓았고,
둘째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일정한 기부를 할 수밖에 없었으니,
그렇게 해서 이덕무 문집은 나왔다.
조선시대 문집발간은 생각만큼 녹록치 아니해서
그 문집 하나 인쇄하자면 살림이 거덜난다.
그만큼 엄청난 재정 부담을 안기는 일이다.
더구나 그 산림 하나는 가볍게 작살냈으니, 인쇄에 소비되는 그 막대한 송판, 그리고 종이는 어찌 조달한단 말인가?
그렇게 해서 막상 인쇄해 봐야 몇 부 찍지도 못해서 국가 단위에서 많이 찍은 부수가 백부가 되지 않았으니 민간에서 하는 일이 어땠겠는가?
대체로 목판을 선호했으니, 그 목판은 활판 인쇄에 견주어 오래가고 여러 번 찍을 수 있지만, 찍는 만큼 재정은 거덜난다.
그 막대한 종이 조달 비용은 어찌한단 말인가?
다 돈이다.
주로 서지학 쪽에서 이와 관련한 연구가 없는 것은 아닌데,
내 기준으로 이 문집 발간과 관련한 저 재정 문제를 정말로 심각하게 접근한 글이 없다!
그만큼 문집 발간은 힘들었다.
내가 저 행장에서 적출한 이덕무 문집은 그런 점에서 중대성을 함유하니,
저에서 문집 혹은 문집발간이라는 키워드 검출해 놓고, 쟁여 놓으면 훗날 내가 다른 글을 읽으면서 접하게 되는 관련 기록들을 하나씩 보강해 나가다 보면
그것이 다섯 사례만 쌓여도 그것 하나로 논문 한 편은 너끈히 완성한다.
나는 이런 식으로 공부했고 그런 식으로 논문을 구상했다.
이쪽 업계서 이것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내가 주변에서 보는 전업적 연구자들이 생각보다 그렇게 성실하지는 않는 듯하다.
뭔가 열라 시간 내서 열심히는 하는 듯한데, 고작 쓰는 논문이라고는 주제 혹은 접근 방식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어,
저딴 걸 왜 그 비싼 돈, 엄청난 시간 들여가며 연구라고 하고 있는지 볼수록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저런 식으로 메모, 곧 차기를 해 가다 보면, 진짜로 쓸 논문거리 넘쳐나고 나중에는 주체를 못한다.
남들 논문 읽을 생각하지 마라고 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다.
내가 미쳤다고 넘들 연구한 거나 읽고 자빠져야겠는가?
그거 읽어봐야 하나도 도움 안 되며, 그에서 촉발해 쓴 논문이라 해봐야 따라지밖에 되지 않는다.
왜 원전으로 승부하라 하는가?
내가 그에서 부닥치고 메모하고 고민한 것들은 이 지구상 오직 나만의 것인 까닭이다.
나는 그리 공부하고 그리 구상하고 그리 사고했다.
당신들 선행 연구성과 검토니 해서 쓰레기통 뒤질 때 나는 철저히 원전으로 승부했다.
'ESSAYS & MISCELLAN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고문헌 홍수를 만든 등재지 제도와 인용지수 (3) | 2025.01.20 |
---|---|
한심하기 짝이 없는 대학원 수업 (1) | 2025.01.19 |
참고문헌 인용문헌이 많은 주제는 논문거리가 되지 않는다! (1) | 2025.01.19 |
본문보다 많은 참고인용문헌 포장술은 구미학계 영향? (1) | 2025.01.19 |
남들은 맘대로 욕하면서 스스로는 철옹성을 치는 자들 (0) | 2025.01.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