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까지 일본에 투고해야 할 원고가 있어 현재 인도에 대한 원고를 작성 중이다.
원고를 쓰다 보니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정치 체제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인더스 문명은 잘 알다시피 왕릉도 없고 무덤을 파보면 빈부차 없이 동일한 형식의 무덤만 나온다.
그런데도 인더스문명의 도시 유적을 보면 이건 당대 최고 수준이다.
도시가 바둑판처럼 구획되어 있고 도시 주변에는 거대한 저수지가 둘러싸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이런 도시가 5천년 전 것이 나오면 발칵 뒤집힐 것이다.
5천년 전에 이미 대제국이 있었다고.
그런데 정작 인더스문명 연구자 사이에서는 아직도 이것이 과연 국가단계인지 아닌지에 논의가 분분하다.
왕릉도 없고, 권력이 일부에게 집중된 흔적이 잘 안보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전쟁과 폭력의 흔적도 잘 안 보인다. 이 때문에 인더스 문명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중국문명과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이를 "인도 상고에 존재했던 국가가 아닌 그 어떤 것"으로 묘사하는 경우도 있다.
인더스문명을 보면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서기 4세기 한반도에는 가야라는 시스템, 그리고 신라와 백제라는 시스템이 있었다.
전자는 반독립적 소국들의 연합체, 후자는 강력한 중앙집권을 희구하는 권력을 대표한다.
가야라는 시스템이 신라라는 시스템보다 열등하다 할수 있을까?
고대 권력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존재했을 뿐 아닐까?
가야라는 시스템이 중앙집권이 안 되어 신라보다 열등했다면,
폴리스 연합체인 그리스는 강력한 전제왕정인 페르시아보다 열등했을까?
오리엔탈리즘적 시각 중에는,
단 한 명이 전체 국가를 사유하는 것이야말로 만인이 노예화한다는 점에서 열등한 아시아적 정치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요는 가야가 소국연합체라고 해서 신라보다 열등하다고 볼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가야와 신라에 대해서는 사실 이러한 논의가 지금 이미 나와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보지만, 이런 시각의 토론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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