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여기 여러 번 쓰는 것 같고 김단장도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
고려는 귀족제가 아니다.
학계 논의를 보면, 고려가 귀족제라고 한다면 무엇을 귀족제라고 부르는 것인가 하는 논의가 자주 반복되는 것을 보는데
이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쉽게 말해서 귀족제라고 먼저 정의해 놓고 그게 뭔지를 설명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고려, 특히 무신정권 이전을 굳이 귀족제라고 구분해 놓는 이유는 필자가 보기엔 이렇다.
첫째, 무신의 난 이전과 이후에 뭔가 시대적으로 큰 변화가 있어 다른 사회로 불러야 할 것 같다는 생각.
둘째, 여말선초의 개국 세력을 "신진사대부"로 붙여 놓은 이상 고려 전기는 더더욱 이 시대와는 다른 사회로 불러야 할 것 같다는 생각.
셋째, 뭔가 고려전기는 중국의 당대 이전, 일본의 헤이안 시대와 비슷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 특히 고려전기는 일본사에서 여전히 헤이안-귀족사회라는 점이 영향을 많이 준다는 생각이다.
각설하고-.
사대부 사회라고 해서 천년 동안 같은 모양으로 내려오라는 법이 없다.
일본도 "무가정권"은 헤이케 정권 이래 에도시대까지 무려 600-700년 정도 되지만, 이 긴 기간 동안 헤이케 정권-가마쿠라 막부-무로마치 막부-전국시대-에도막부까지 변천하며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그 지배세력도 계속 교체되지만, 이를 통틀어 "무가정권"이라 부른다.
한국은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전기"는 완전히 다른 시대다. 고려전기는 신라보다는 조선 시대와 보다 가까운 성격의 사회이고, 고려전기부터 조선 후기까지는 하나의 사회 "사대부사회"로 묶고 그 안에서 발전과 변천을 설명해야 한다.
고려 전기를 "귀족제 사회"로 정의해 놓고 그 근거를 나중에 찾는 방식은 전혀 설득력이 없고, 그 근거라는것도 유심히 보면 도대체 조선시대와 뭐가 다르다는 것인지 공감하기 힘들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과거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사회는 절대로 "귀족제사회"가 될 수 없다.
중국에서 육조시대의 "귀족제"를 무너뜨린 것은 당대의 과거제였고, 그 과거제가 작동하는 한 중국은 사대부사회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고려전기는 조선후기와 마찬가지로, 과거제를 기반한 "사대부사회"이지, "귀족사회"가 아니다.
과거를 3년에 한번씩 또박 또박 보고 무려 34명 (기억이 가물가물함. 고려시대는 조선시대와 달리 34명인가 35명인가 뽑았던 것으로 기억함)의 급제자를 정기적으로 배출한 나라를 어떻게 귀족사회로 부르겠는가?
고려 전기는 당시 중국 북송과 마찬가지의 "사대부사회"다.
*** 편집자주 ***
더 정확히는 사대부가 금권을 독점한 사회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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