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오래된 가축도 10,000년의 역사를 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런 면에서 개는 독보적이다. 현재 확실하다고 인정된 것만 대략 14,000년의 역사를 지니며 이보다 더 가축화의 역사가 길다는 강력한 방증이 있는 것이 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30,000년 정도까지는 올라갈 것이라고 보지만 아직 고고학적 증거는 이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의 역사가 이렇게 길기 때문에 아무리 고립된 인류라도 개는 가축으로 길렀던 것이 대부분이다. 옆나라 일본은 가축 도입 역사가 아주 늦어 소와 말은 서기 5세기를 넘어야 도입되는 등 대륙보다 아주 늦은 시기에 가축이 도입되었지만 이렇게 고립된 나라에도 개는 있었다. 조몽인이 사육한 거의 유일하다 시피 한 가축이 개였다. 개란 그렇게 오래 인간 주위를 맴돈 것이다.
개는 늑대와 어마어마하게 다른 것 같지만 천만에. 개는 늑대와 같은 종 동물이다. 개와 늑대는 Canis lupus라는 이름으로 학명이 같고, 다만 개는 아종으로 뒤에 familiaris라는 이름이 붙는다. "가정용 늑대" 정도의 의미가 되겠다.
개가 왜 사람을 따라다니는가 하는 의문을 풀기 위해 개와 늑대 간에 유전적 차이에 주목하는 경우가 있다. 소위 "가축화 유전자"가 있다는 것인데 필자는 과연 그럴까 싶기도 하다. 개는 엄밀히 말하면 가축유전자가 작동하여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이 아닌듯 하기 때문이다.
개가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은 사람을 자기 우두머리의 리더로 보기 때문이다. 무리 생활을 하며 리더의 결정에 순응하는 생활에 익숙한 늑대 중 일부가 사람을 자신의 무리 리더로 택한 것, 그게 개의 모습이라고 본다. 우리는 개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개는 우리를 자기들 무리의 리더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니 개가 사람을 보는 시각이 우리가 개를 보는 시각보다는 훨씬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보고 있는 셈이겠다.
개가 사람을 리더로 택하다가 버림받으면 곧 다른 무리 속에서 새로운 리더를 찾게 된다. 가정에서 버려진 개들이 빠른 속도로 야생으로 돌아가 무리 생활을 하고 들개로 변하는 것은 그것 때문이다. 리더에게서 버림받은 개들이 새로운 리더를 찾은 것이니 사람 입장에서는 할 말 없는 것이라 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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