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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건축학도 천득염과 함께한 미얀마 건축유산 탐구

by taeshik.kim 2023.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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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득염 선생. 칠순인 선생 모습이 저렇다. 얼마전 강연에서는 알렉산더대왕 이름이 생각나지 않더라면서 나이는 어쩔 수 없다 한다.



어제 연합뉴스 K컬처아카데미 광화문사진과 1기 단타 강사로 멀리 광주에 계신 천득염 선생을 모셨으니, 지상의 불국토 바간 강연을 부탁드렸다. 선생은 두 시간 진행한 이 강연에서 1부는 미얀마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 역사문화 특질을 개괄하고, 이어 2부에서는 바간을 중심으로 하는 미얀마 문화유산을 스투파 중심으로 소개했다.

바간은 물경 3천200기를 헤아리는 스투파 왕국이다. 우리네 고려시대에 해당하는 그 무렵 미얀마 일대를 호령한 바간왕조가 남긴 유산들로써,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절감하겠지만, 세상 이런 불국토는 어디에도 없는 황홀 그 자체다.

피라미드도 바간 앞에서는 초라함만 더할 뿐이며, 앙코르 역시 왜소함을 절감해야 하며, 보로부두르 또한 변강쇠 앞에 선 돌쇠에 지나지 않는다.

선생을 소개하는 대문으로 나는 연합뉴스와 미얀마에 얽힌 아픈 역사 한 편을 소개했다. 이 블로그에서도 두어 번 소개한 그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이다.

최금영 기자 유품과 그가 남긴 아웅산테러 직전 사진



수송동 우리 공장 1층 로비에는 연합뉴스를 빛낸 두 기자를 추념하는 아주 작은 공간이 있다. 한 분이 중국 선양특파원 재직 중인 2008년 12월 2일, 연길延吉 출장 취재 중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순직한 조계창 기자이며, 다른 한 분이 아웅산테러사건 현장에서 그 폭탄이 터지는 순간까지 셔터를 누른 최금영 사진기자다.

구사일생으로 테러 현장에서 살아남은 그는 내가 입사한 1993년 당시 사진부장으로 재직 중이셨는데, 그때의 상흔이 온몸에 남아 거둥이 불편했으며, 얼굴은 온통 파편 조각이 남긴 흔적이었다. 그 여파에 시달리다 유명을 달리했으니, 그가 아웅산 현장에서 부둥켜 안은 니콘 카메라 2대와 폭발 직전 누른 셔터가 남긴 테러 직전 도열한 한국 정부요인 사진 1장, 그리고 당시 이를 보도한 사진 기사 전문을 전시 중이다.

나는 이 두 분을 추념하는 공간을 이 정도로 해서는 안 된다 생각하거니와, 적당한 시점을 골라 그들한테는 비극이나 연합뉴스에서는 긍지 그 자체인 유산을 대대적으로 현창하자고 회사에 제안해 보고자 한다.

바간



내가 우리 강좌에 미얀마를 넣고 천 교수님을 모신 이유는 좁게는 저와 같은 사연이 서린 연합뉴스의 자산으로 미얀마를 언제나 보는 까닭이며, 굳이 그것이 아니라 해도 미얀마는 여전히 한국에는 묻힌 동남아의 진주 같은 보석이라 보는 까닭이다.

그 무수한 스투파 앞에서 보는 이는 압도당하지만, 그 압도하는 힘은 그 무수한 숫자가 제시하는 위력이 아니라 그 어떤 숭고함이다. 물론 그 스투파 하나하나를 만든 사람들과 그 역사가 숭고 자체일 수 있겠는가? 개중에는 백성 피를 빨아먹고 세운 것이 왜 없겠는가?

나는 역사문화 그 자체의 숭고를 들고 싶다. 그 아픔 분노까지도 함께 아우르는 그 역사문화에 대한 경외 말이다. 이 경외를 저와 같은 자리를 빌려 공유하고 싶었다.

건축학도답게, 또 정년 10년을 남겨두고서는 무엇으로 새로운 학적學的 삶을 개척할 것이냐는 스스로의 물음에 대한 답으로 혼을 불사르며 달라든 미얀마 이야기를 그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폭넓게 그려냈다.

바간



전남대 교수로 오래도록 봉직하며 지역사회와 관련한 여러 일을 한 선생은 "지방에 있는 교수는 잡학이 되어야 한다"면서 건축학도를 넘어 오만가지 잡학으로 무장해야 한 이력을 소개했으니, 천득염이라 하면 흔히 소쇄원 전문가를 떠올리겠지만, 그는 건축학도를 넘어 문화사학도다.

어제 강의는 건축학도라는 본연의 전문성을 살려 그 무수한 탑파를 자기 기준에 따라 구별하면서 그 특질들을 일목요연히 소개하면서도 지금의 미얀마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까지도 통찰력 깊은 혜안으로 추려내어 제시했다.

이 강좌를 의뢰했더니 전갈이 오기를 강좌가 어떤 성격이며 수강생들은 어떠한지를 물었거니와, 그 모습을 보며 "아 이 영감님이 저에 맞추어 강연을 준비하려나 보다" 했으니, 어제 실제 강연 내용을 보니 미얀마에 관한 최신 뉴스까지 섭렵하며 그것들을 본인 기준에 따라 재배열했더라. 그는 천상 선생이었다.




그의 미얀마 건축유산에 대한 고집스런 연구성과는 그가 주도한 《미얀마의 역사문화와 불탑》(전남대학교출판문화원 | 2020년 02월 28일)이라는 단행본으로 정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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