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당선생 별집 제14권 / 잡저(雜著)
자손들에게 교시(敎示)한 글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서목]
《시경(詩經)》과 《서경(書經)》 - 대문(大文) 위주로 100번까지 읽도록 하라.
《논어(論語)》 - 장구(章句)와 함께 숙독(熟讀)하면서 100번까지 읽도록 하라.
《맹자(孟子)》 - 대문(大文)을 100번 읽도록 하라.
《중용(中庸)》과 《대학(大學)》 - 횟수를 제한하지 말고 아침저녁으로 돌려가면서 읽도록 하라.
《강목(綱目)》과 《송감(宋鑑)》 - 선생과 함께 한 번 강학(講學)한 뒤에 숙독을 하고, 좋은 문자가 있거든 한두 권 정도 베껴 써서 수십 번 읽도록 하라. 만약 미치지 못하겠거든, 《통감(通鑑)》과 《소미절요(少微節要)》와 《사략(史略)》 중에서 한 책을 먼저 배우도록 하라.
[그 다음에 읽어야 할 서목]
《주역(周易)》의 대문(大文) - 처음에 효사(爻辭)를 읽고 대체적인 요지와 점치는 법을 안 뒤에 《계몽(啓蒙)》을 아울러 볼 것이며, 다른 책들을 모두 읽고 나서 다시 강구(講究)하도록 하라.
《춘추(春秋)》의 《좌씨전(左氏傳)》과 《호씨전(胡氏傳)》 - 단지 몇 번만 읽고 대체적인 뜻을 이해하도록 하라. ○ 《춘추좌전》은 초록(抄錄)해서 읽고,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과 《춘추곡량전(春秋穀梁傳)》은 여력(餘力)이 있거든 한 번 읽되, 대개 4전(傳)을 함께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예기(禮記)》 - 선생과 강론(講論)을 하고, 좋은 글이 있거든 초록해서 읽어라.
《의례(儀禮)》 - 《예기》를 읽을 때 비교해서 검토하고 읽지는 말라.
《주례(周禮)》 - 《춘추》를 읽을 때 역시 비교하면서 검토하도록 하라.
《소학(小學)》 - 선생에게 배우고 나서 한 달에 한 번씩 읽을 것이요, 날마다 염두에 두고 실행에 옮기도록 하라.
《주자가례(朱子家禮)》 - 평소에 강구하면서 실행할 것이요, 다 읽을 것은 없다.
《근사록(近思錄)》ㆍ《성리대전(性理大全)》ㆍ《성리군서(性理群書)》ㆍ《심경(心經)》ㆍ《이정전서(二程全書)》ㆍ《주자전서(朱子全書)》 - 이것은 매우 중요한 공부이다. 많이 읽으려고만 하지 말고 철저히 강론하여 체인(體認)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니, 궁리(窮理) 공부는 전적으로 이 안에 있다 하겠다.
[과문(科文) 공부에 필요한 서목]
한유(韓愈)와 유종원(柳宗元)과 소식(蘇軾)의 글, 《문선(文選)》, 당송 팔대가(唐宋八大家)의 글, 《고문진보(古文眞寶)》, 《문장궤범(文章軌範)》 등의 책 가운데에서 취향에 따라 1권으로 초록(抄錄)해서 100번까지 읽어라. 이것은 우선적으로 읽어야 할 글에 속한다.
반마(班馬)를 1책으로 합쳐서 초록하되, 30편(篇)은 넘지 않게 하고, 100번까지 읽어라.
순자(荀子)와 한비자(韓非子)와 양웅(揚雄)의 저술 중에서 한 책으로 초록하여 수십 번 읽어라.
《문선》과 《초사(楚辭)》를 1책으로 초록하고, 이백(李白)ㆍ두보(杜甫)ㆍ한유ㆍ소식ㆍ황정견(黃庭堅)의 칠언시(七言詩)를 초록하되 2책을 넘지 않도록 하라. - 횟수를 정하지 말고 항상 독송(讀誦)하라. 부(賦)와 시(詩)를 학습하는 자는 이 두 가지 중에서 택해야 할 것이다.
사륙문(四六文)의 초록은 1책을 넘지 않도록 하라.
《노자(老子)》ㆍ《장자(莊子)》ㆍ《열자(列子)》 등의 책은 《근사록》 등의 글을 읽을 때 참고만 하고 읽지는 말라.
역대사(歷代史) 전서(全書)와 《동국사(東國史) 및 문집 등의 종류, 그리고 《경국대전(經國大典)》ㆍ《국조전고(國朝典故)》와 소설(小說) 등은 《자치통감강목(資治通鑑綱目)》을 읽은 뒤에 참고하도록 하라.
우리나라 사람의 과제문(科製文)을 몇 책으로 초록하여 과문(科文)을 지을 때 참고토록 하라.
이상 여러 서책들에 대해서 100번까지 읽으라고 한 것도 있다마는, 꼭 100번을 읽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의 기억력에 따라서 가감(加減)을 하라는 말이다.
그러나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서목(書目)의 경우에는 그 횟수를 감해서는 안 될 것이요, 다음으로 읽어야 할 서목의 경우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서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주역》을 시강(試講)의 대상으로 공부하는 경우에는 정전(程傳 정이천(程伊川)의 주석)을 동시에 읽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단지 점치는 법만 배우고 정전을 읽을 필요는 없다 하겠다.
하지만 《주역》의 계사전(繫辭傳)과 문언(文言)만은 한 번 독송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 과문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읽되, 기억력에 따라서 가감하는 것이 좋겠다.
***
박헌순 선생 소개인데 조선이 왜 망쪼로 접어들었는지 엿보게 하는 글이다.
독서목록이 저러니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겠는가? 비단 택당만의 문제겠는가? 저 시대 조선 사대부가 다 그랬다.
그건 그렇고 저리 당부한들 후손들이 저 말을 새기기나 하겠는가? 아무도 안 들었다. 다 야동책이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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