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116)
♣아침 일찍 길 나서서 다섯 수(早行五首) 중 둘째♣
송 오불(吳芾) / 김영문 選譯評
이곳은 오로지
고목 숲 많아
길가 곳곳 맑은 그늘
넉넉하구나
행인은 한 여름에
불볕 느끼나
이곳 오니 맑은 바람
옷깃에 가득
此地惟多古樹林, 路傍處處足淸陰. 行人九夏熱如火, 到此淸風忽滿襟.
장마가 끝날 무렵부터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너도 나도 더위를 피해 산과 들과 바다로 나선다. 피서철 시작이다. 불볕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서늘한 그늘과 시원한 물이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전국의 산, 계곡, 바닷가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옛날 시골에서는 바람이 잘 통하는 동네 어귀 당나무 그늘에 느긋이 앉아 부채를 흔들거나 가까운 계곡이나 시내로 가서 발을 담갔다. 또 웬만한 마을에는 고목이 숲을 이룬 동쑤가 있어서 마을 사람들의 여름 피서에 넉넉한 그늘을 제공했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대개 이 동쑤를 떠올리며 향수에 젖는다. 내 고향에도 탑밭과 뒷두들이라는 두 동쑤가 있다. 소나무 고목이 숲을 이룬 곳이다. 동네 사람들은 이 동쑤의 맑고 시원한 그늘에서 더위를 식혔다. 나는 어릴 때 동네 친구들과 이 숲에서 온갖 놀이를 하며 해지는 줄 몰랐다. 놀다가 더우면 바로 옆 개울로 뛰어들어 벌거숭이로 멱을 감았다. 그렇게 오후 2~3시가 되면 모두 소를 몰고 산으로 들어갔다. 소를 먹이기 위해서다. 온 동네 소가 산비탈을 넘으며 풀을 뜯어먹었다. 소를 몰고 돌아올 때는 벌써 온 동네에 밥 짓는 연기가 푸르스름하게 감돌고 구수한 밥 냄새가 시장기를 자극했다. 이제 노인들만 남은 고향 동네의 동쑤는 잡초와 잡목으로 덮였고, 저녁이 되어도 더 이상 소를 몰고 돌아오는 아이들이 없다. 늙은 고향 한여름엔 염천(炎天) 태양만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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