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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14)
남계에서 저녁 무렵 강물을 구경하다(南溪薄晚觀水)
송 양만리(楊萬里) / 김영문 選譯評
그 누가 모래 자갈로
비스듬히 제방 쌓았나
세찬 물결 제방 부딪쳐
절로 모래둑 터졌네
작은 물고기 무수히
어지럽게 뛰어 오르고
유리판 아래에서
은빛 꽃처럼 까부네
誰將沙礫壅堤斜, 水怒衝堤自決沙. 無數小魚齊亂跳, 琉璃盤底簸銀花.
장마철에 큰물이 지면 강물 흐름에 따라 저절로 모래와 자갈이 모여 둑이나 작은 제방이 생긴다. 깊은 곳은 깊어지고 얕은 곳은 얕아지며 자연의 질서가 이루어진다. 물살이 부딪쳐 둑이 터진 곳에는 작은 여울이 생기고 그곳으로 물고기들이 모여든다. 특히 여름 저녁이면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는 햇살에 피라미들이 비늘을 반짝이며 여울물을 거슬러 뛰어오른다. 여울물 아래 깊은 소(沼)에도 온갖 물고기들이 무리지어 헤엄치며 자연의 생기를 드러낸다. 이 시에서 양만리는 맑은 물을 유리판, 그 속에서 활발하게 유영하는 물고기를 은빛 꽃으로 묘사했다. 그야말로 반짝이는 비유다. 이 시를 지은 양만리는 육유(陸游), 우무(尤袤), 범성대(范成大)와 함께 남송사대가에 속한다. 모두 남송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자연을 묘사하는 양만리의 맑고 감각적인 시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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