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117)
강가에서(江上)
송 범성대(范成大) / 김영문 選譯評
하늘 빛 무정하게
담담하고
강물 소리 끝도 없이
흘러가네
옛 사람은 근심을 다
풀지 못해
후인에게 근심을
남겨줬네
天色無情淡, 江聲不斷流. 古人愁不盡, 留與後人愁.
무정하게 그리고 끝도 없이 흐르는 것은 강물이다. 아니 덧없는 세월과 인생이다. 아니 천추만대로 이어지는 근심이다. 나는 한 때 ‘불사재(不舍齋)’란 서재 이름을 쓴 적이 있다. 『논어(論語)』 「자한(子罕)」에서 따왔다. “선생님께서 냇가에서 말씀하셨다. ‘흘러가는 것은 이와 같구나, 밤낮을 쉬지 않나니!’(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 이게 무슨 말인가? 처음에는 아무 의미도 떠오르지 않았다. 정자(程子)가 이 구절을 그럴 듯하게 풀이했다. “쉼 없이 흘러가는 강물처럼 자강불식(自强不息)하라” 하지만 너무 교과서 같은 풀이라 선뜻 수긍할 수 없었다. 그후 나는 『논어』 전체를 읽고 또 공자의 생애를 살펴보면서 이 구절이 “열심히 공부하라”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의 이상을 펼쳐보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천하를 주유하던 공자가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그래 열심히 계속 공부해야지”라고 생각했을까? 오히려 자신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도도하게 흘러가는 불의한 세월’을 한탄하지 않았을까? 혹은 강물처럼 무상하게 흘러가는 청춘을 슬퍼했을 수도 있으리라. 물론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강물에서 나름의 사상적 깨달음도 얻었을 터이다. 나는 이 모든 의미가 ‘쉬지 않는다(不舍)’라는 말에 집약되어 있다고 느꼈다. ‘불사재(不舍齋)’란 서재 이름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렇다. 인생은 무상하고 근심은 늘 이어진다. 하지만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에서도 이렇게 읊었다. “인생은 100년도 채우지 못하는데, 언제나 천 년의 근심을 품고 사네(生年不滿百, 常懷千歲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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