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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교정의 기쁨과 고통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1.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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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단상>

한때는 교정, 교열을 보면서 밥 먹을 돈을 벌었다. 요즘도 글을 교정할 일이 많다. 그럴 때는 열일 제쳐놓고 빨간펜의 흔적이 역력한 교정고를 돌려주곤 한다.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글을 먼저 본다는 독자의 기쁨이 있고, 틀린 글자나 어색한 표현을 찾아내는 교정자로서의 기쁨이 있다.

하지만 문득문득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교정보았던 것이 다 반영이 되지 않기도 하고, 자칫 교정으로 인해 글의 주인과 나 사이에 앙금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에서 감정싸움이 되면 피곤한 일이다.

예전부터 교정을 볼 때, 네 글도 아닌데 뭘 그렇게 정성스럽게 보느냐고 한소리 듣는 일이 있었다. 교정만 보면 되는데 어디서 월권을 행사하느냐는 듯한 어조가 "고마워요"라는 답에서 느껴지기도 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려나.

이렇게 얘기하면 저 놈은 글을 교정할 필요 없이 잘 쓰는 것처럼 여길 지도 모르지만, 그럴 리가 있겠는가. 게다가 정작 나는 내 글을 잘 교정하지 못한다 - 아니 교정을 어려워한다가 맞겠다.

<성경>에 이르기를 너희는 남의 눈 속 티끌은 그리 잘 보면서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느냐라던가, 자조하게 된다. 그러니 부탁하게 되고, 역시나 빨간펜이 춤을 춘 교정고를 받아든다. 그러면 바로 반영 시작이다.

그 과정이 재미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일찌감치 나가떨어졌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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