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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책을 읽다가>
조선의 '도통'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책이 점필재 김종직이 지은 <이존록>이다. 거기 보면 그 아버지 김숙자가 고령 고을을 다스릴 때의 에피소드 하나가 있다.
북방의 호랑이 김종서가 경상도 각 고을을 감찰하러 다니다가 고령에 들렀다. 김숙자가 대접을 하는데, 김종서가 잔칫상보담도 거기 놓인 그릇에 감탄한 나머지
"그대 고을의 사기는 아주 좋구먼, 아주 좋아! [貴縣砂器 甚善甚善]"
근데 김숙자는 눈치가 없었던 건지 알고도 짐짓 그랬던 건지, "하나 드리지요."란 말은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점필재는 김종서의 사람됨을 비판하고 아버지의 지조를 높이려는 뜻으로 이를 기록했을텐데, 오늘날은 한국 도자사의 중요한 사료로 주목을 받고 있으니 사료의 쓰임새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여담인데, 조선 초 백자 사발은 뒤집으면 꼭 '하이바'처럼 생겼다. 그래서 옛날 골동품 상인들은 이를 속칭 철모사발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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