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불국사 뒤켠 탐방객이나 신자들이 쌓아올린 돌탑이다. 탑 축에나 들겠는가마는 나는 이에서 동아시아 전근대 건축의 원리 혹은 흐름 하나를 내 나름대로 본다. 나름이라 하는 까닭은 학술적 근거가 전연 뒷받침하지 않는 내 꼴리는대로의 이해인 까닭이니, 지나가는 개소리로 들어주기 바란다.
동아시아 건축이 동시대 유럽이나 인도, 동남아 건축과 가장 뚜렷이 갈라지는 점이 내 보기에는 그네들은 수직 지향인데 견주어 동아시아는 수평 지향이라는 사실이다. 저런 삐뚤삐뚤하면서도 좀체 무너지지 않는 돌탑이 우리에게는 흔한데 저들을 세우는 원리는 수직이 아니라 나는 수평이라 이해한다.
물론 동아시아 건축에서도 수직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만 수평에 견주어 그 중요성은 비교할 수 없으리만치 작다. 동아시아 건축에서도 수직 지향이라 할 만한 것이 없지는 않아 탑파, 특히 중국의 전탑이나 실물은 사라진 명당明堂 혹은 벽옹 같은 일부 예제禮制 건축이 그러하다.
하지만 내 보기에 이들 첩탑형 건축물마져도 수직보다는 수평 지향이다. 수평 지향 건축물이 목조라면 커다란 특징 하나가 있는데 그것이 절대로 오마마 빈 라덴 자폭 공격 한 방에 날아간 월드트레이트 센터처럼 폭삭 주저 않는 일은 없다는 점이다. 수평 지향 건축물은 필연적으로 한쪽으로 자빠져서 붕괴한다.
수직지향 서울타워
동아시아 건축에서, 특히 목조건축에서 각종 건축 부재를 미로 짜듯이 끼워맞추는 이유가 수직 지향의 강점인 폭삭 붕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나는 본다. 수평지향이기에 동아시아 건축은 옆으로 퍼진다. 땅을 따라 퍼져나간다. 서울 종묘가 대표적이다. 저것이 유럽이었다면 하늘로 치솟았을 것이다. 가우디가 동아시아에서는 결코 나오지 않은 이유다.
이런 특징 혹은 차이는 왜 동아시아 전통 건축에서 다층 건축이 발달하지 않았나를 설명해 줄 수 있다고 본다. 동아시아에 중층이 있을지언정 다층은 존재할 수 없다.
물론 이조차 이제는 일방적인 수직 지향 첨탑주의로 동아시아 세계도 급속도로 매몰되어 가니, 한중일 그리고 대만에 이르기까지 수직지향 고층건축물 신설 붐이 일고 있다.
대만 타이베이 101빌딩
이런 동아시아의 유산 혹은 특징을 이해하지 못하니, 토목건축이라는 수직 숭앙파 서양학문을 배운 자들의 눈에는 매양 첨성대는 붕괴 일보 직전일 수밖에 없다. 특히 도시건축이니 하는 전공을 단 놈들한테는 문화재판이 무슨 주인없는 노다지인줄 아는 모양이라, 틈만 나면 문화재 현장에 뛰어들어와서는 첨성대가 몇도 북쪽으로 기울어졌네, 그래서 붕괴 우려가 있네 하는 말들을 매양 쏟아낸다.
안 무너진다.
무너져도 괜찮다.
무너지면 다시 쌓으면 된다.
뭐가 걱정이란 말인가?
그것을 받드시 수직으로 세워야 직성이 풀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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