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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기증은 겁탈이다

by taeshik.kim 2018.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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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문화계뿐만 아니라 기증 혹은 그와 等價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 말로 기부, 혹은 기탁 등은 일상어가 되었거니와, 지금 그것을 문화유산으로 국한하고, 더불어 그 운동 주체가 국가, 혹은 그에 준하는 공공기관일 때로 더욱 범위를 좁혀 그 부당성을 논하고저 한다.

 

이로써 본다면, 국민을 향하여 소장품을 기증하라고 추동하는 대표적인 문화기관으로 박물관이 있을지니, 실제 이 운동이 빛을 발휘했음인지, 이들 국립, 혹은 공립박물관이란 데를 가 보면 대체로 기증실이란 코너가 있기 마련이고, 그 기증실 전면 혹은 한쪽은 이들 기증자 명패가 다닥다닥 붙어있기 일쑤다.

 

이건희 개인소유인 인왕제색도 

 

국립중앙박물관을 볼지면, 이 기증 운동이 조직화하기 시작한 것은 내 기억으로는 2000년대 접어들면서, 특히 2005년 새용산 박물관으로 확장 이전하면서이거니와, 실제 이런 운동의 여파에 힘입어 적지 않은 기증품이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이 기증이란 건 소유권까지 몽땅 넘긴다는 점에서 소유권을 여전히 원래의 소장자가 지닌 채 관리만 맡기는 기탁과는 엄연히 다르니, 내가 알기로는 이 박물관에는 기탁은 비중이 압도적으로 적고 기증이 많을 줄로 안다.

 

실제 박물관 측에서도 까다로운 기탁보다는 기증을 선호하니, 요즘 들어서는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니, 간단히 말해 박물관을 유물 보관창고처럼 이용하는 흐름이 감지되거니와, 이에서 당국에서는 기탁은 심사를 엄격히 한다고 안다.

 

나는 이 기증이란 걸 첨에는 정말로 순수하게만 바라봤다. 정말로 존 것인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 속내가 들여다보이기 시작하니 구토가 났다. 기증하란 말은 무엇인가?

 

一言以蔽之컨대 겁탈이다. 

 

공짜로 먹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왜 기증을 받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박물관에서 그것을 구입하거나 매입할 만한 예산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건희 개인소유인 이중섭 황소 

 

요즘은 얼마인지 모르나 국립중앙박물관 기준으로 1년 유물구입비는 30억원 정도로 알거니와 국립민속박물관 또한 이 정도 수준으로 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한 때 50억원이 넘었지만 내가 아는 한에는 자발적으로 그 예산을 낮춘 것으로 안다. 널리 알려졌다시피 이 정도 예산으로는 괜찮은 도자기 한두 점 사면 바닥을 드러낸다.

 

유홍준씨가 문화재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달항아리 바람이 분 적 있다. 당시 달항아리 1점은 20억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졌으니, 이 때를 기준으로 한다면 국박 1년 예산은 달항아리 2점도 구입하지 못한다. 이런 판국에 국가기관에서 들이밀 수 있는 것이라곤 애걸과 복걸과 구걸과 겁탈 밖에 없다. 돈이 없으니 구입할 수 없으니깐 달라고 협박한다.

 

돈이 없으면 안 사면 그만이지 왜 공짜로 먹을 생각만 하는가? 기탁이 요즘 들어 악용된다고 말했거니와 기증 또한 악용하는 사례가 빈발하니 내가 그 구체적인 사례는 들지 않겠지만, 기증, 다시 말해 공짜로 먹기가 비일하고 비재해지는 바람에 정당한 절차와 정당한 액수를 주고 유물을 구입해야 할 국박을 비롯한 국가기관에서 요즘은 틈만 나면, 그리고 아예 맛대 놓고 기증하라고 윽박지르곤 한다.

 

공짜 먹기가 일상화하는 바람에 국가기관이 해야 할 본분까지 망각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노라. 기증, 이건 활성화할 것이 아니라 없애야 할 폐습이다.

 

(2011.07.06 17:11:18)

 

***

 

이 얘기 나온 김에 미술품대납제와 관련한 기증건도 두어 마디 보태둔다. 

 

이건희 회장 타계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일가부치가 내야 하는 상속세가 주식에 대해서만 11조원인가 된다는 소식이 있었다. 

 

간송가 개인 소유인 삼국시대 불상. 이를 국가가 국민세금으로 매입했다. 개인 소유물은 지들끼리 알아서 할 일이지 왜 국가가 개입해야 한단 말인가? 국보라서? 

 

그것 혹은 그 일부를 현금이 아닌 고고미술품 같은 물건으로 대납케 하는 이른바 미술품물납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거니와, 이를 둘러싼 계산이 실은 복잡하다. 

 

이 제도 도입으로 실은 이득을 보는 데가 적지 아니한데, 예컨대 이를 빌미로 고미술계에서는 국가가 공인하는 감정원 같은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설레발치는 데가 있다. 감정에 무슨 공권력이 개입한단 말인가? 

 

기증은 그 의사가 자발이어야 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공권력이 압력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상속세 미납을 빌미로 하는 삥뜯기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그리 본다. 

 

3조원 육박 이건희 컬렉션…기증 논의에 미술계 촉각
강종훈  / 기사승인 : 2021-04-14 19:10:48
국보급 문화재·국내 근현대미술품 일부 기증 협의중

 

k-odyssey.com/news/newsview.php?ncode=1065620608481354

 

3조원 육박 이건희 컬렉션…기증 논의에 미술계 촉각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수집한 미술품 상당수가 기증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작품 규모와 기부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14일 미술계에 따르면 이 회장이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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