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3일 대전시 금고동 산110-3번지 제2쓰레기 매립장 조성에 맞물려 안정나씨 묘역을 이장하던 중에 조선 초기 무관 출신 나신걸의 부인 신창맹씨 묘에서 발견된 한글 편지 2통은 발견지점이 피장자 머리맡인 것으로 보아 그만큼 이를 신창맹씨가 생전에 중히 여긴 문건으로 보아야 할 성 싶다.
남편 나신걸은 직업군인이라 발령장 하나로 전국을 떠돌았을 테니, 당연히 그 과정에서 주고 받았을 편지가 한두통이 아이었을 터인데 굳이 저 두 통만,그것도 머리맡에 둔 까닭이 도대체 무엇일까? 이는 말할 것도 없이 그 내용을 봐야 어느 정도 의문이 풀리는 문제다.
다만 저를 보물로 지정 예고하면서 문화재청이 상세한 조사를 벌이기는 했지만, 문화재위에 저걸 상정하면서서 부친 조사보고서를 보니 무엇보다 탈초와 문맥 분석이 충분하게 이뤄지지는 않아 저 의문을 해명하는데는 무척이나 애로가 있다.
그럼에도 왜 저 편지를 안고 갔을까? 나는 부인에 대한 남편의 배려, 그것이 묻어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배려가 바로 사랑 아니겠는가?
"전지는 다 소작 주고 농사짓지 마소"라거나 "또 봇논 모래 든 데에 가래질하여 (아마도 소)작 주고 생심도 종의 말 듣(?)고 농사짓지 마소"라는 말은 힘들게 몸소 고생해서 농사 지을 생각이랑 말고 소작 주어 편하게 살란 뜻 같다. 이 말이 무척이나 고마웠을 수 있다.
나아가 편지 두 통에는 북방 함경도로 근무지를 옮김에 따라 그에 필요한 각종 물자, 특히 옷을 지어 보내라는 부탁이 있거니와, 이는 조선시대 군역 시스템에서 국가가 땡전 한 푼 지원하지 아니하고, 모조리 이런 일상물품은 자체 조달케 한 데서 비롯되거니와, 더구나 겨울이 험난한 함경도임에라?
그런 머나먼 땅에서 근무하는데, 그 남편이 입을 옷을 본인이 직접 지어서 보냈을 테니, 그것이 부인으로서는 못내 자랑스러웠을 수도 있겠다 싶다.
나아가 함경도에 근무하면서 남편은 "분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 가 못 다녀 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울고 가네. 어머니와 아기를 모시고 다 잘 계시소. 내년 가을에 나오고자 하네"라 하거니와, 이런 배려를 어찌 마누라가 잊겠는가? 저런 말들이 한없이 고마웠을지도 모르겠다.
저와 같은 편지를 나신걸은 수시로 보낸 듯 두 번째 편지 첫 대목을 보면 "안부를 그지없이 수없이 하네"라는 말에서 짐작한다.
나아가 이 편지를 보면 집으로 가서 "어머님이랑 아기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하다가 장수가 혼자 가시며 날 못 가게 하시니, 못 가서 다녀가네.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꼬. 군관에 자망한 후면 내 마음대로 말지 못하는 것일세.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을 구태여 가면 병조에서 회덕골로 문서를 발송하여 조회하여 잡아다가 귀향 보내게 될까 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아니 가려 하다가 못하여 영안도로 경성군관이 되어 가네"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이 편지를 보낼 즈음 근무지가 함경도로 바뀌어 집에 들르지도 못한 채 떠나야 한 듯하다.
그렇다고 휴가 내서 집을 다녀오고 싶어도 상관이 막았고, 그렇게 네 맘대로 갔다간 귀양 보낸다고 협박하니 말이다.
함경도 근무지를 가는 기간만 "길이 한 달 길이라 하네" 했으니 그 고역 알 만하다.
편지 두 통으로 보아 부부는 금슬이 아주 좋았던 듯하다. 그런 까닭에 무덤까지 저리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이 편지 제대로 분석하면 안동 원이엄마 그것에 버금하는 자료가 될 듯하다.
원이엄마 편지가 남편을 향한 절절한 애모라면 나신걸 편지는 부인을 향한 배려다.
Oldest letter written in Korean to be designated as National Treasure
https://k-odyssey.com/news/newsview.php?ncode=106559382571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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