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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난로에 어른하는 벤또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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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따땃한 아랫목과 난로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내가 다닌 국민학교는 학생 급감으로 일찍이 폐쇄했다.
산촌이라 더 그랬겠지만, 또 그땐 실제 더 추웠던 듯 하니 이 무렵이면 나무바닥 나무책상 교실은 더 추웠다.


겨울을 앞두고 교실마다 난로가 설치된다.
그러곤 학생들은 산으로 나무를 하러간다.
주로 깔비와 고돌베기 기타 나무가 수집대상이다.
베어낸 나무 그루터기인 고돌베기는 송진 함량이 많아 화력이 젊은날 이승엽 이대호 같다.
이걸 땠다.

 



한데 난로를 땐 날이 많지 않다.
얼어죽겠는데 선생들이 불을 피지 못하게 했다.
이 지랄맞은 상황에 분개하며 선생들을 갖은 쌍욕으로 원망했다.

그런 분노는 뜨신 교무실과 대비해서 업그레이드를 증폭한다.
교무실은 온기가 넘치고도 남아 찜질방이었다.
지들은 따신 아랫목에서 졸면서 학생들은 냉방에 방치했다.

 



하루는 참다못한 우리가 자체 발열 난로를 땠다.
신세계였다.
살 것만 같았다.

이내 교무실에서 담임 선생이 달려왔다.
어떤 놈이냐?
불은 허망하게 꺼지고 졸라 맞았다.

(2017. 11. 24)

 

 

***

 

듣자니 저 시절 도시에서는 조개탄을 땠다지만, 난 그런 거 구경도 못했다. 역시 난로는 벤또 데피기용이었다. 

 

이런 반찬은 없었다. 맨 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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