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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남녘이 전한 봄소식 용심나서 창덕궁 행차하니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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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에선 겨우 파열 조짐인 목련이 남쪽 땅 경주에선 벌써 거무틱틱하니 변해간다기에 괜한 용심 부려 혹 서울 역시 봄이 온 데 없냐 해서 애써 찾아나섰더랬다.

누군가 창덕궁 홍매 피었다 하므로 그쪽을 공략 대상으로 삼는다. 바람이 제법 차고 강한 오늘, 워밍업 삼아 남영동 사저 주변을 간단히 탐색한다.


미군부대 바깥 담벼락 따라 쥐똥나무 푸릇파릇, 지난날 쥐통 열매 떨구지도 못한 채 새순 낸다.


이문세 노래하고 엘리옷 뇌까린 라일락, 보라색 띠기 시작했으니 이내 그 지독향 뿜어내리라.


언제나 화려하게 꽃 피우는 그집 앵도나무 담벼락 너머로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모습임을 확인하고는 버스 잡아 창덕궁 향한다.


들어서자마자 미선나무 영춘화 매화 집단으로 만발한다.
애꿎은 용심이었나 보다.


낙선재 향하니 산수유 만개라.


매화도 절정 직전이라 한 나무는 만개요 다른 나무는 튀기 직전 강냉이 같다. 난 이 뾰루지 같은 상태가 좋다.

여념없이 셔터 누르며 연신 찬탄하는 익숙한 목소리..살피니 조각가 박상희라. 다행히 내 쪽 은폐 엄폐 확실해 일미터 전방 박씨가 날 알아보지 못한다. 괜한 시간 뺏길듯해 지나치고 만다.


낙선재 들어서니 선경이라.
배밭에 온줄 알았다.


뒤안 돌아 보니 모란이 한창 싹 틔우는 중이라, 하마터면 두릅인 줄 알고 뜯어와 삶을 뻔 했다.

모란 필 때 다시 와야겠다.


걸어 경복궁으로 옮긴다.
대체로 창덕궁보다 봄이 늦으나 경회루엔 수양버들 물고문에 낯짝 퍼렇게 변한 채 산발 상태다. 


경복궁 봄 전령은 언제나 건춘문 안쪽 산수유라, 역시나 올해도 어김이 없어 노랑물 한창이다.

봄은 그렇게 왔더라.


봄이 왔노라, 애절히 전할 데가 없으니, 왔노라 혼자 뇌까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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