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내가 휴가를 빌려 문화재 현장을 순찰 중이 아닌가 하겠지만 어쩌다 보니 그리 되긴 했지만 애초 그리 기획하지는 아니했다.
부정 탈까 아무 말도 못했지만 아들놈이 고3이라 수시를 몇군데 내놓고는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 이래저래 심란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빈둥빈둥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지내다 보니 골이 지끈지끈 거려 그냥 있을 수가 없어 경주로 바람이나 쐬자 해서 어제 오전 무작정 경주행 기차에 몸을 실었더니
그 내려오는 동안 두 가지 소식이 날아들었으니 아들놈이 한군데 붙었다 해서 시름을 놓았고 그래서 더 홀가분한 마음에 룰루랄라 하는데 포항에서 신라시대 황금귀걸이 한 쌍이 발견되었다 하는지라 이럴 거 같으면 그 현장이나 가자 해서 그리 급하게 가게 된 것이다.
마침 그 현장이 펭수 토기를 발견한 화랑문화재연구원 발굴 지역이라 그러면 내친 김에 그 펭수토기도 보자해서 다시 경주로 입성해서는 문제의 펭수토기를 봤더랬다.
이리 되고 보니 그 펭수토기 발굴지점에서 몽댕이 목간이 출토되었으니 것도 보지 않을 수 없어 다시 오늘은 그것을 찾아나섰으니
경주연구소가 보존처리를 준비하는 그 몽댕이를 실견했더랬다.
어쩌다 보니 이리 되었으니 바람이나 쐬자 한 일이 해직기간 발굴현장 답사처럼 되고 말았다.
뭐 어쩌겠는가 천성이 이런 것을
마침 경주에선 오늘 보문단지서 월성 기와로 경주연구소가 대규모 학술회의를 하는지라 그에도 모습을 비추기도 했지만, 영 오래 있을 자린 아니어서 내깐엔 눈치보다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일선 취재기자도 아닌 놈이 이리 돌아댕기는 것도 좀 눈치는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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