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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노자老子와 장 자크 루소 : 텍스트의 열림성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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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가 상상해 그린 노자. 청우靑牛를 타고 다니며 딩가딩가한다. 손에 든 것은 죽책이지 싶다.

 

이른바 고전이라는 존재는 텍스트의 열림성을 생명으로 삼는다. 다양한 해석을 열어놓음으로써 생명력을 확장한다. 

이른바 창조적 오독이라는 말도 있지만, 텍스트가 그것을 소화하는 사람들이 처한 상황과 인식에 따라 왕청나게 달라지거니와 그 극단을 오간 것으로 노자와 루소를 나는 자주 든다.

노자. 이거 참말로 묘해서 딩가딩가 놀자판의 텍스트로 해석한 이가 압도적으로 많거니와, 실은 노자가 이렇게 압도적으로 해석된 시기는 얼마 되지 않아 위진남북조시대 현학玄學이라는 기풍이 일면서 장자와 한묶음이 되어 부어라 마셔라 하는 권리장전이 된다.

그러면 그 이전 노자는 어떠했는가?

압도적인 독법은 제왕학의 텍스트였다.

 

노장이라 해서 노자랑 한 묶음 취급당하는 장자. 하지만 놀랍게도 두 사람이 제대로 결합하는 시점은 훨씬 늦어 위진남북조시대였다.



왕이 통치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전범을 제시한 것이 노자였으며, 노자의 그러한 노골적인 정치성-이는 실은 요즘 기준으로 보면 절대왕권의 절대 텍스트였다-은 노자를 앞세운 황로학黃老學이 극명하게 증명한다. 

중국 사상사로 한국 사회를 호령한 강신주 박사가 말하는 노자는 실은 노자의 극명한 여러 독법 중 바로 이것을 말한다.

그에 견주어 장자에는 이런 특성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한데 반드시 그러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 잡편과 외편에는 노자와 노골적으로 결합한 대목이 더러 보인다.

 

장 자크 루소. 묘한 인물이다. 해방과 탄압 그 양면성을 고스란히 지니는 캐릭터다.



이런 극단의 또 하나의 독법은 장 자크 루소다.

그의 사회계약론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

그 첫줄은 독재 타도를 갈구하는 모든 이에게 복음이다.

하지만 그 중반을 넘어가고 말미로 갈수록 사회계약론은 국민독재를 얘기하는데 평등한 개별 국민을 하나로 묶는 사회장치로 루쏘는 ‘시민종교(civil religion)'를 제시하면서 

모든 국민은 이 종교를 받들고 복종해야 하며, 이 시민종교의 교의에 위반하는 자는 주권자가 국민의 이름으로 추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런 특성을 간파한 버트런트 러셀은 아예 루소를 독재주의 옹호자로 간주했다.

 

장 자크 루소의 인간불평등론



한데 지금은 노자를 딩가딩가로 압도적으로 보고, 루소를 대한민국 헌법 1조로 해석하는 이가 압도적이다.

이런 루소의 독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이가 로베스피에르다. 그는 가장 충실한 루소 사도였다. 그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현한 것이 바로 공포정치였다는 사실, 공포정치는 그의 창안이 아니라 바로 루소의 가르침이었다. 

 

루소를 가장 충실하게 계승했다는 로베스피에르. 그의 철권통치 공포정치는 실상 루소의 가르침이었다.



덧붙이거니와 위진남북조시대 현학 열풍이 일어나기까지 노자를 소화하는 독법에는 내가 파악하기로 세 가지 정도의 흐름이 있다.

첫째 제왕학으로써의 노자. 법가와 결합해서 무자비한 철권통치를 뒷받침한다. 

둘째 딩가딩가의 노자. 장자와 결합해 이른바 노장철학과 신선사상, 나아가 도교와 결합한다.

셋째 양생학서, 이는 실은 의학서로써 간주하는 경향인데 노자하상공주와 태평경이 대표적이다. 노자가 왜 양생서로서 우뚝 서는가?

노자가 말하는 바는 결국 道 혹은 자연과의 일체화인데, 이는 추상이라 그것이 구체화할 때는 양생의 문제로 치환하며, 실제 이런 과정에서 道와 氣의 관계를 해명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게 된다.

이 세 번째 흐름에서 氣는 원기元氣라는 개념으로 발전하는데, 이런 특성에서 노자는 의학서와 신선도교와 밀접한 흐름을 형성한다. (2014.02.06 0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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