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이나 저짝이나 대개 기존 이른바 문화재업계 종사자들은 급격한 변화를 증오하기 마련이라, 그런 까닭에 저와 같은 참사에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모양으로 복원하느냐를 두고서는 거의 예외없이 참사직전 모습을 고수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원형이라는 믿음이 강고한 까닭이며, 그래야만 그 고유가치가 어느 정도 지켜진다고 확신하는 까닭이다.
나 역시 어느 쪽이냐 하면 이쪽에 가깝다. 다만, 그것이 정답인가에 대해서는 나는 여전히 의문이 있다. 그것은 이런 참사를 계기로 우리 시대가 한 켜 올려놓을 만한 여지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 까닭이다.
프랑스만이 아니라 세계를 통털어 고딕양식의 위대한 기념탑이라는 저 노트르담대성당 Notre-Dame de Paris cathedral 은 알려지기로는 성모 마리아 Virgin Mary 한테 봉헌한다 해서 서기 1160년에 착공해서 1260년에 완공을 보았다 하거니와, 대략 800년을 헤아리는 긴 성상만큼 그 켜켜한 역사 하나하나가 온축蘊築한 결과물이 오는날 대성당이다.
저기 어디에서 1160년 혹은 1260년 무렵 흔적을 찾을 길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나긴 역사만큼 무수한 변화를 겪었고, 그런 변화들이 뒤엉켜 화학반응을 일으켜 이른 까닭이다. 긴 논란 끝에 불타버린 부분을 화재 이전 모양으로 돌리기로 했다지만, 그것이 노트르담 대성당 원형일 수는 없다. 그 첨탑만 해도 그 역시도 후대에 덧보탠데 지나지 않는 까닭이다.
따라서 참사 이래 또라이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Emmanuel Macron 이 제안하고 선호한 현대식 양식에 의한 다른 모습으로의 복원을 우리는 무턱대고 비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노트르담이라고 언제까지 초창기 모습을 간직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런 모습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고, 또, 그 역시 살아있는 생물이 겪는 모든 과정을 고스란히 껴안고 그 켜켜한 상처 영광을 온축했듯이, 이 시대라고 그런 켜 하나 덧보탠다 해서 무에 못할 짓이겠는가? 그런 점에서 나는 이참에 우리 시대가 생각하는 21세기 노트르담을 실험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음을 고백한다.
한국이라면? 저 담대한 발상은 얘기도 못 꺼냈을 것이다. 그만큼 문화재업계는 이른바 원형고수주의가 팽배하고, 그에서 한치도 벗어나는 일은 반역으로 간주되며, 그런 주장 자체만으로도 가슴에 주홍글자를 다는 일인 까닭이다.
우리가 이번 노트르담 재건논쟁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마침내 긴 토론과 논쟁을 통해 화재 직전 모습으로의 복원이 결정되기는 했지만, 마크롱이 현대식 공법에 의한 새로운 모습의 재건축을 제안함에 따라 세계 건축계가 내놓은 설계안이다. 어떤 것들이 나왔는지, 그것을 살피는 즐거움이라도 없을 수 있겠는가?
마크롱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흐를 조짐을 보이자, 이참에 건축으로 방귀께나 끼는 놈들은 다 달라붙어 내것이 좋다 선전장을 방불했던 모양인데, 워낙 상징성이 큰 곳이니 내 짐작에는 돈 하나도 안 받고 자발로 기부할 놈도 줄을 섰으리라 짐작한다. 노트르담에다가 자기 이름을 영원히 새긴다는데, 그 유혹을 거부할 건축가 몇 놈 없다. 참 의아한 점은 어째 한국 건축가로서 실로 담대하게 한옥식 기와지붕 형태로 올리겠다 제안한 놈은 왜 한 놈도 없냐는 것이다. 뭐하니 한국 건축가들아?
아무튼 백가쟁명하는 복원안이 나왔던 모양이라, 아예 지붕에다가 정원시설을 만들겠다 나선 놈도 있었단다. 개중 하나로 내가 설계도를 보고는 경악한 장면이 있으니 아래다.
난 참 이 모습 맘에 든다. 남들이야 어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노트르담이라 해서 이런 방식 도입하지 마란 법 없다.
다만 우리가 하나 잊어서는 안 되는 점이 하나 있다. 어떤 토론과 논의가 있었고 그에서 어떤 방향이 정해진 이상, 그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가기로 했으면, 죽어도 그리가야 한다. 중간에 느닷없이 나타나서 깽판 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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