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국사에서
도작과 함께 한국사 수준의 일약 도약이 이루어졌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왜 도작이 전작에 비해 그렇게 우월한지 설명이 명쾌하지 않다.
땅을 갈아 씨만 뿌리면 자라는 줄 아는 전작에 비해
도작은 논도 만들어야 하고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어야 하니
전작보다 우월하지 않겠냐 막연히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
실제로 전작은 땅만 갈아 씨만 뿌리면 이루어지는 농사가 아니다.
전작을 수준있게 짓는 데는 많은 노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시비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상고시대의 전작이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전작이란 결코 씨 뿌리고 사냥 다니다 돌아와서 추수만 하면 되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전작도 도작만큼 노력과 기술이 필요한 농경기술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도작과 함께 일약 생산성의 도약이 이루어졌을까?
쌀이 기장이나 조보다 영양분이 풍부하고
낱알이 많이 달리기 때문일까?
그런데 기장과 조의 낱알도 달리는 숫자는 만만치 않다.
쌀이 충분한 종자 개량이 없었을 때는 쌀농사가 종자 자체의 역량만으로 반드시 기장 조 농사보다 생산성이 높았다고 보기도 힘들다는 말이다.
그러면 도대체 왜 도작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농학과 학생들이 학부 때 배우는 교과서 첫머리에 그 이유가 있다.
논농사는 밭농사가 갖추지 못한 장점이 있다.
그것을 그대로 적어보겠다.
"물을 담아 두는 논은 토양유실을 방지한다. 밭에서 씻겨 내려가는 흙을 논이 받아 보존함으로써 흙이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막아준다.. 무논의 벼농사는 지력보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관개수를 통하여 공급되는 비료성분은 평균 10아르 당 질소와 칼리 4-5킬로그램, 인 3-4킬로그램에 달한다. 이러한 천연양분 때문에 무비료조건에서 재배하는 벼는 밀이나 보리보다 수량감소가 적다. 무논의 벼농사는 염분이 쌓이지 않아. 염류직접을 막아준다. 반면 1년에 여러번 채소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의 경우 흙에 인산이 너무 많이 쌓여 염류장해가 일어나기 쉽다. 무논의 벼농사는 얼마든지 연작이 가능하다. 매년 벼농사를 지어도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담수로 인해 연작장해를 일으키는 병원충이 살수 없고 작물에 해로운 독성물질이 논물을 따라 배출되며 관개수로부터 상당한 양의 양분을 공급받는다..."
농학 전공자 학부수준 지식만으로도,
우리나라에서 무논농사로 전환 한후 왜 밭농사의 시대보다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올라가는지
간단히 설명된다는 말이다.
농업고고학은 필자가 보기엔
농학자 영역이다.
고고학자 영역일 수도 있겠지만, 농학자의 역량이 투입되면
지금 의문에 싸인 상당부분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60 이후의 글: 학계가 아니라 시간에 묻는것 (4) | 2024.09.13 |
---|---|
잡곡농사보다 도작이 우월한 것이 아니다 (4) | 2024.09.12 |
논농사는 매년 일으키는 인위적인 홍수와 같다 (3) | 2024.09.12 |
고고학에 제안한다 (2): 빅데이터 분석실 (1) | 2024.09.10 |
고고학에 제안한다 (1): 고대농업시험장 (1) | 2024.09.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