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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다시는 사또재판을 우습게 보지 마라

by 초야잠필 2024.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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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조보감이라는 책이 있다. 

조선사를 편년사로 읽고자 할 때 아주 좋은 책인데 

대략 100권 정도 분량으로 조선초부터 말까지 편년체로 쓰여 있고

여러 왕대에 이전 실록을 간추려 편찬된 책이다. 

국조보감을 읽어보면 조선시대에 대한 우리 선입견이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조선시대 우리 조상님들은 게으르고 어리석어 지질이도 못 살고 

우리는 뭐 대단히 똑똑해서 지금 먹고 살 만한 줄 아는데

조선시대사를 이렇게 편년체로 읽어가다 보면 

이런 선입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닫게된다. 

최근 필자는 역사 전공하신 교수님 한 분, 법의학 교수님 한 분과 조선시대 검시기록을 연구 중인데, 

현재까지 남아 있는 당시 규장각 기록 안에 있는 

검시 기록을 법의학적 관점에서 분석을 하고 있다. 

그 동안 이 문서는 여러 분들께서 수고하신 덕에 전모는 어느 정도 밝혀지기 시작했는데, 

아쉽게도 검시기록에 대한 법의학적 분석은 그동안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연구를 현재 진행 중이다. 

이 작업을 하는 중 

조선시대 소위 "사또재판"의 수준에 거듭 거듭 놀라고 있다. 

우선 사또재판이 매우 합리적으로 진행된 데 한 번 놀라고, 

요즘 재판처럼 머리 써서 빠져 나가려는 피의자, 쓸데 없이 증언 때문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증인, 

그리고 범인을 제대로 잡아 내려는 사또의 치밀한 머리싸움도 돋보인다. 

더 놀라는 것은 필자만 해도 

조선시대는 재판이 매우 느리고 더뎌 사형당해 죽는 사람보다 옥에서 질병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았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최근 조선시대 서류를 보다 보니 
그 재판 속도에 놀라게 된다. 

조선시대는 살인사건이 나면 기본적으로 2심제였는데, 

1심에서 2심까지 서로 다른 군의 사또가 판결하며 

1심에서 2심 사이의 간격이 2주 정도에 끝나는 것도 많다. 

우리는 사또재판하면 일단 잡아 놓고 패면서 

자백할 때까지 고문하는 장면, 

재판도 안하고 질질 끌다가 옥중에서 죽는 장면을 연상하는데 

그런 재판은 의외로 조선시대에 흔하지 않았던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한다. 

조선시대 이런 기록들을 보다 보면

이렇게 열심히들 살았는데 도대체 왜 그렇게 못살았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이유를 찾는 것이 아마 역사가들 몫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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