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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당탕 서현이의 문화유산 답사기

도서관엔 사서, 박물관엔 학예사

by 서현99 2020. 9. 7.

우리 주변에는 크고 작은 도서관(library)이 참 많다. 도서관은 지역주민들이 가장 많이 원하는 문화시설 중 하나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도서관협회 홈페이지 기준 전국의 국가, 공공도서관은 900개가 넘는다. 여기에 대학도서관과 전문도서관 등을 합치면 1,379개나 된다.

한국도서관협회 홈페이지 가입 기관 현황

 

박물관(museum) 역시 지역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문화시설 중 하나지만 도서관에 비하면 많은 편은 아니다. 한국박물관협회 홈페이지 기준 국립박물관은 39개이고 지자체 등에서 운영하는 공립박물관의 경우 242개이며, 개인이나 사기업 등에서 운영하는 사립박물관은 352개, 대학박물관은 34개이다. 모두 합하면 667개로 전국 도서관의 절반 정도 된다.

한국박물관협회 홈페이지 공립박물관 현황



※ 통계 숫자는 한국도서관협회와 한국박물관협회 홈페이지 기준이며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기관도 있을 수 있으므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대략적인 현황을 보기 위해 인용하였다.

도서관과 박물관은 운영에 비슷한 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지만, 현황을 보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도서관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용인의 실제 사례를 보면 동백지구 택지개발로 인해 동백문화유적전시관(현 용인시박물관)과 동백도서관이 마주보고 있는데, 도서관 이용자가 많은데 비해 시설이 협소하다고 ‘사람들도 별로 찾지 않고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박물관을 없애고 도서관으로 변경해달라는 민원이 적지 않게 들어온다.
그렇지만 도서관은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이 있고, 박물관은 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이 있으며 둘 다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임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도서관과 박물관, 박물관과 도서관을 운영하는데 필수 인력은 누구인가. 도서관은 사서, 박물관은 학예사다. 이 정도는 누구나 알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도서관은 <도서관법>제6조에 따라 사서를 둘 수 있고, 시행령에 따라 도서관 면적과 장서 수량에 따라 인원을 더 둘 수 있다. 또한 같은 법 제30조에 따라 공립 공공도서관의 관장은 사서직으로 임명한다고 되어 있다. 쉽게 말해 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전문직을 반드시 채용해야 하며, 전문성을 기반으로 관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법 시행령 별표 2의 도서관의 사서 배치 기준



박물관 역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제6조에 따라 학예사를 둘 수 있다. 박물관 등록 요건을 보면 종합박물관의 경우 각 분야별 학예사를 1명 이상 둘 수 있게끔 되어 있으나, 전문박물관, 미술관, 제2종 박물관은 1명 이상이라고만 되어 있어 사실상 박물관을 등록하는데 1명의 학예사만 두는 경우가 많다. 또한 박미법엔 박물관 관장을 학예사로 임명해야 한다거나, 박물관 면적이나 소장 유물 수량에 따라 학예사를 더 두어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시행령 별표 2 박물관 미술관 등록요건


도서관 사서와 박물관 학예사 업무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마찬가지로 경력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라는 것은 모두 인정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이상하게도 박물관의 등록 요건이나 운영을 위해 전문 인력을 더 둘 수 있다는 사항에 대해서는 법적 뒷받침이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공립박물관에서도 학예사 자격증을 가진 학예연구사가 1명인 박물관이 너무나 많다. 또한 지자체 공립박물관들 중 실질적 관장은 ‘팀장’이 총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자리에 학예사(학예연구사)가 임명되는 경우도 많지 않다. 특히, 박물관 학예사의 경우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 많다. 만약 박물관 관장은 학예사로 임명해야 한다는 내용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면, 5년마다 돌아오는 재계약으로 인해 불안해 하는 일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공립박물관도 이러한데 사립박물관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사립박물관 또한 학예사로서 갖춰야 할 경력과 전문성이 없는 오너가 관장인 경우 많다. 그렇지 않은 곳도 있겠지만, 운영이 열악한 사립박물관은 박물관 등록 유지를 위해 학예사 자격증이 있는 1명만 채용(그것도 계약직)하여, 전시, 교육, 홍보 등등 모든 일을 맡기는 경우도 많다.)

물론, 공공 공립도서관도 사서직이 관장으로 임명되지 않고, 관장(팀장) 자리에 행정직렬이 앉는 경우도 많다. 행정직 위주로 돌아가는 공무원 조직 내에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사서직렬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법정배치 사서직 인원 수가 지켜지지 않는 것, 도서관법에 의해 도서관장 자격 직렬이 사서직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켜지지 않은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는 내용으로 주무부처(문화체육관광부)에 권리보장을 요구하였고, 문체부에서는 관련 법령을 준수해달라는 문서를 전국 관련기관에 배포하였다.


박물관 학예사를 위한 처우 개선, 권리 보장 역시 학예사들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다. 박물관을 사랑하는 학예사들이 꿈을 잃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 학예사를 꿈꾸는 사람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박물관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스스로 나서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박물관장은 학예사가 임명되어야 하며, 박물관 등록 요건의 학예사 인력 역시 소장 유물 수량에 따라 더 둘 수 있어야 한다.”

부디 동력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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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四叶草 2020.09.07 21:51

    힘이 없게 설정된 현실이 불합리하니 이에 저항하고 제 목소리를 내자. 이런 것이 처음에는 힘들죠. 왜냐면 힘이 없기 때문에. 무산될 가능성이 크죠. 어느 정도 몸집을 형성해야 합니다.
    답글

    • 서현99 2020.09.07 23:19 신고

      네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쨋든 결집된 힘과 한목소리를 내는 도구의 필요성으로 “전국학예연구회”가 만들어졌습니다.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으니까요.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