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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당탕 서현이의 문화유산 답사기

학예연구사와 문화재보호법

by 서현99 2020.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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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에서 학예직을 본격적으로 채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유홍준 청장 재임시절(2004~2008)이다. 보존ㆍ관리 위주의 문화재 관련 업무에서 2000년대 초반 폭발적인 지역개발이 늘어남과 동시에 문화재청에서도 지자체에 학예직의 필요성을 정책적으로 종용했다.

이와 맞물려 지자체 역시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과 역사성을 드러낼 수 있는 대규모 문화재 정비사업과 박물관 건립을 정책사업으로 추진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문화재와 박물관 관련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학예연구사 채용이 늘어났다.

그러나 아무리 채용이 늘어났다고 해도, 다른 직렬에 비하면 극소수라, 지자체에서 적게는 1명, 많아봐야 두자릿 수를 겨우 넘기는 정도이다.

그렇다면 지자체에서 학예연구직렬의 채용 현황이 어떤지 살펴보자.

2019년 통계청의 지자체 일반직공무원 직렬별 현원을 보면, 지자체에서는 학예연구사와 기록연구사를 주로 채용함을 알 수 있다.(학예직군은 ‘학예연구’, ‘편사연구’, ‘기록연구’, ‘심리연구’의 4개의 직렬로 나뉜다.)


통계를 살펴보면, 학예연구관은 59명, 학예연구사는 474명으로 533명이다. 가장 많은 연구직렬은 기술직렬 중 환경연구, 농업연구, 보건연구 직렬이고, 그 다음이 학예연구 직렬이다.

 

 

지자체 일반직공무원 직렬별 현원(통계청, 2019)

 


마찬가지로 2019년 기준 지자체 임기제 공무원 직렬별 현원을 살펴보면, 학예연구관 29명, 학예연구사 139명 등 168명으로 연구직 공무원 중 가장 많다.

마지막으로 학예연구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계약직 공무원 현황을 보면, 2012년 통계청 자료 기준으로 문화재, 미술관 운영, 시사편찬 등 177명인데 주로 시간제 다급, 라급으로 채용하고 있다.

 

 

지자체 임기제공무원 직렬별 현원(통계청, 2019)
지자체 계약직공무원 직렬별 현원(통계청, 2012)

 


이 통계 기록을 보면 유난히 학예연구직 공무원의 임기제, 계약직 채용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왜 그럴까.

얼마 전 썼던 블로그에서 도서관의 경우 <도서관법>에 따라 전문인력인 사서를 둘 수 있고, 도서관장을 사서직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음을 지적하였다.

한편, 학예직렬로 구분되는 기록연구사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41조에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을 배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였고,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78조에 따라 기록관리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 또는 기록관리학 학사학위를 취득하거나 역사학 또는 문헌정보학 학사학위 이상을 취득하고 일정한 자격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라는 자격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즉, 기록연구사라는 전문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위 통계기록을 보면 일반직공무원 중 기록연구 직렬의 기록연구사(관)은 161명으로 많지 않은데,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의 제정이 1999년도로 다른 직류에 비해 법적 근거가 늦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예연구사의 경우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서 학예사 자격증을 가진 학예사를 둘 수 있다는 내용만 있을 뿐이다. 이 역시 ‘두어야 한다’가 아니라 ‘둘 수 있다’로 되어 있어 간혹 해석의 차이가 발생한다. 나아가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는 학예연구사에 대해서는 <문화재보호법>에서는 전문인력의 배치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다.

이를 보면 왜 지자체 학예연구직이 유난히 임기제, 계약직이 많은지 이해가 된다. 전문인력 채용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재, 박물관 업무는 단기적으로 추진해선 안된다고 누구나 얘기한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학예연구사가 늘 고용불안과 재계약을 걱정해야 하는 계약직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아울러 문화재, 박물관 업무는 전문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경험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꾸준하게 일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도 쉽지 않다.


지자체 학예연구사들이 소신을 갖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학예연구직 전문인력 채용에 대해 법적 근거 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부디 문체부와 문화재청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과 <문화재보호법>의 법령 개정과 정책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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