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에서 다양한 문화재 업무를 소화하고 있는 학예연구사.
감사하게도, 업무의 범위와 수행력에 높은 점수를 주셔서 이들이야말로 문화재 전문가라고 연합뉴스 김태식 단장님께서 여러 차례 말씀해주셨다. 그러나 현장에서 학예연구사는 문화재 관련 전문가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지자체 학예연구사가 맡은 다양한 업무 가운데 난이도가 높은 업무 중 하나가 ‘매장문화재’ 관련 업무다. 왜냐하면 민원이 많기 때문이다.
매장문화재 업무란 각종 건설사업(건축, 개발행위 등)을 비롯하여 택지개발, 산업단지 개발 등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해서 사업부지가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에 해당하는지, 지표조사 해당 사업인지, 발굴조사를 실시해야 하는 사업인지 등등을 검토하여 ‘세움터’라고 하는 건축행정 시스템에 관련법 검토 결과를 협의해주는 업무이다. (용인시만해도 아직도 크고 작은 건설사업이 활발한 지역이라 하루에 처리하는 협의가 수십 건, 1년이면 천 건을 넘는다. 믿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정말이다.)
개인의 재산권과 각종 인허가 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각종 조사 자료를 검토하여 OO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협의 의견을 회신하면, 대부분 전화가 먼저 걸려 온다. 왜 여기 조사를 해야 하느냐는 기본 질문부터 조사하는데 비용과 시간은 얼마나 드냐, 문화재 발굴하면 개발을 아예 못한다는데 이걸 꼭 해야하느냐 등등....
그나마 전화 민원은 차근차근 설명하면 이해하시거나, 납득은 안 되지만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라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전화를 끊는다.
이도저도 아니면 사무실로 달려와서 소리지르거나.... 물론, 요즘은 매장문화재 조사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경험도 많아져서 예전보다 덜하다고 해도, 한번 당하고 나면 기운이 쏙 빠진다.
이 매장문화재 업무는 주로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는 학예연구사가 맡게 되는데, 아무래도 고고학을 전공한 사람이 업무 적응도 빠르고 일처리도 능숙하다. 그렇다면 이 학예연구사는 매장문화재 관련 전문가라고 볼 수 있을까?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2항에 따라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매장문화재 관련 전문가는 매장문화재의 발굴 및 조사 등과 관련된 학위를 취득한 사람으로서, 아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
1.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의 조사단장, 책임조사원, 조사원으로 재직 중인 사람
2. 대학교에서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 중인 교원
3. 박미법에 따른 국립박물관 또는 공립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또는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재직 중인 학예연구관 또는 학예연구사
4. 시ㆍ도문화재위원회의 위원 및 전문위원
한편, 문화재보호법에서도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대해 검토할 수 있는 문화재 전문가에 대해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제7조의2 제2항에서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1. 문화재위원회의 위원 또는 전문위원
2. 시ㆍ도문화재위원회의 위원 또는 전문위원
3. 대학교의 문화재관련 학과의 조교수 이상
4.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는 학예연구관, 학예연구사 또는 나군 이상의 전문경력관
5. 대학교의 건축, 토목, 환경, 도시계획, 소음, 진동, 대기오염, 화학물질, 먼지 또는 열에 관련된 분야의 학과 조교수 이상
6. 5호에 따른 분야의 학회로부터 추천을 받은 사람
7. 그밖에 문화재 관련 분야에서 5년 이상 종사한 사람으로서 문화재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고 문화재청장 또는 시ㆍ도지사가 인정한 사람
이 법령에 따르면, 매장문화재 관련 학위를 취득하고 시청에서 근무하는 학예연구사는 ‘매장문화재 관련 전문가’가 아니고, 문화재 업무를 맡고 있으므로 ‘문화재 전문가’가 된다.
반면 이 학예연구사가 시청에서 시립박물관으로 발령이 나게 된다면? ‘문화재 전문가’는 아니고 공립박물관에 재직하는 학예연구사로서 ‘매장문화재 전문가’가 된다.
현재 나는 매장문화재 전문가가 아니지만 매장문화재 업무를 맡고 있고, 지역 내 비지정 매장문화재 혹은 보고되지 않은 매장문화재를 확인하고 찾아내고, 발굴하고 있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매장)문화재 접촉 빈도가 가장 높은 지자체 학예연구사들이 전문가일 때도, 아닐 때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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