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이 있어 날 더러 너는 왜 역사를, 특히나 고대사를 공부하느냐 물었다. 내가 客에게 답하여 가로대, “현재에 대한 상대화니라”고 했다. 客이 再問하기를 “그것이 何謂?” 하되, 내가 다시 答曰,
“우리가 지금 절대적이라고 믿고 있는 도덕을 비롯한 일체의 것들이 장구한 역사를 보건대 절대가 아닌 상대임을 알려주나니, 예컨대 어머니 아버지 중 하나가 다른 형제와 자매가, 또 조카가 이모나 고모와, 삼촌이 조카와 결혼하는 행태만 해도 지금은 근친상간이며, 패륜이라 하지만 이것이 시대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가깝게는 고려시대에도, 나아가 더욱 거슬러 올라가면 삼국시대에도 그러했으니, 더구나 그런 근친상간적인 결혼 행태가 하등 이상하게 통용되지 않았으니, 이로써 우리가 믿는 패륜의 추억 또한 장구한 역사의 흐름을 보건대 그것이 절대가 아니라 상대임을 알 지니, 이런 점에서 역사는, 특히 지금 이곳과 시대와 공간이 먼 시대일수록 현재를 상대화하느리라”
그럼에도 분명 그 때나 지금이나 하나로써 관통하는 분모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지니, 아래에 소개하는 동문행東門行이라는 한대漢代 악부시樂府詩가 그것이니,
이 시를 읽는 자, 그가 인간이라면 게 중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리어 옷깃을 적시는 이 있을 지며, 그렇지 않은 자들도 어떤 강렬한 pathos에 휘말리고 말리라.
생각해 보라.
곤궁한 생활을 견디지 못한 아내와 아이를 둔 백발이 성성하기 시작한 가장이 참다 못하여 칼을 빼어들고 강도행각에 나서나니, 그런 남편을 부여잡고 아내가 “나는 당신과 함께 라면 죽이라도 먹어도 좋소”라고 울부짓는 이 장면을 보라.
2000년 전에 벌어진 이 생계형 범죄.
아, 이런 생계형 범죄는 언제나 준동할 지니, 그런 생계형 범죄가 추방된 사회를 꿈꿀 지니, 이것이야말로 大同의 사회가 아닐지며, 이것이야말로 太平의 盛世가 아닐진가?
동쪽 문을 나서며 [동문행東門行]
동문 밖 나설 땐 돌아올 생각 없었건만 出東門不顧歸
문을 들어서니 슬픔은 북받치네 來入門悵欲悲
쌀독엔 쌀 한 되 남아있질 않고 盎中無斗米儲
돌아보니 시렁엔 옷 한 벌 걸려있지 않네 還視架上無懸衣
칼 뽑아 동문을 나서려니 拔劍東門去
집안 애엄마 옷자락 붙잡고 울부짖네 舍中兒母牽衣啼
“남들은 부귀해지기만 바라지만 他家但愿富貴
이 몸은 당신과 함께라면 싸라기 죽이면 되오 賤妾與君共餔糜
위로는 하늘을 보시고 上用蒼浪天故
아래로는 어린 새끼를 보시와요 下當用此黃口兒.
오늘은 아니되오” 今非!
“아서시오. 난 가야 하오 咄! 行!
지금도 이미 늦었단 말이오 吾去爲遲
흰머리 수시로 떨어지니 白髮時下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 하구려” 難久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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