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67)
춘망사 네 수(春望詞四首) 중 셋째
당(唐) 설도(薛濤) / 김영문 選譯評
꽃잎에 바람 불어
늙어가는데
아름다운 기약은
아득하여라
님과 나 한 맘으로
맺지 못하고
하릴없이 동심초만
맺고 말았네
風花日將老, 佳期猶渺渺. 不結同心人, 空結同心草.
설도는 조선의 황진이에 비견할 만한 당나라 여류 시인이다. 그는 대략 768년에 태어나 중당 시기에 활동했고, 황진이는 조선 중종(재위, 1506~1544) 때 사람이므로 거의 800년에 가까운 시차가 있다. 설도와 황진이 모두 기녀였으며 시서(詩書)와 가악(歌樂)에 능했다. 이 시는 우리에게 ‘동심초’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아름다운 원작에다 뛰어난 번역이 더해졌을 뿐 아니라 애잔한 곡조까지 보태져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동심결은 매듭의 일종으로 남녀간 변함없는 애정을 상징한다. 하지만 질긴 비단 실이 아니라 연약한 풀로 맺었으므로 헛된 매듭을 의미한다. 안타깝게도 맺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나는 원작에 가깝게 번역했지만, 김억(金億)은 전체 시의 아우라를 더 중시했다. 김억의 번역을 첨부해둔다.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랴는고
(김영문)
언제부터인지 변치 않는 사랑이라며, 그 사랑 맹세한 한 쌍 이름 새기고는 자물쇄 채운 열쇠를 달아두는 일이 유행이다. 서울 남산타워 밑엔 몇 만 개인지도 모를 이런 열쇠가 주렁주렁이다. 무릉도원이라는 중국 호남성 장가게 역시 마찬가지다. 팔당호 옛 강안 도로 콘크리트 벽면엔 하트 모양 뿅뿅한 사랑 맹세 뺑끼칠 글씨 넘쳐난다. 물끄러미 저 열쇠 꾸러미, 저 뺑끼칠 글씨 볼 적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저들 중 지금도 변치않고 서로 보듬는 이 몇일까? 열쇠는 족쇄 아닌가? 뺑끼칠은 가식 아닌가? 차라리 언제건 뜯어제끼는 동심초 자물쇠가 나을지도 모르겠다.(김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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