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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동아시아 세계를 지배한 월드스타 소동파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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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 관점에서 동아시아 세계 최초의 월드스타는 단연 낙천(樂天) 백거이(白居易, 772~846)였으며, 그 뒤를 이은 이가 동파(東坡) 소식(蘇軾, 1037~1101)이라는 말을 나는 여러 번 했다. 백낙천이 등장하고, 그가 장한가(長恨歌)를 발표하자, 동아시아 세계는 열광했다. 그는 당대의 기린아였다. 장한가와 비파행(琵琶行)를 비롯한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면, 그 소식은 삽시간에 국경을 넘어 동아시아 세계로 퍼져나갔고, 그의 시집은 금새 바다를 건너 신라로, 그리고 일본 열도로 퍼졌다. 《겐지 모노가타리(源氏物語)》를 보면, 좀 산다는 왜놈들은 병풍마다 장한가 그림으로 떡칠했음을 엿본다. 

 

 

삿갓 쓰고 나막신 신은 소동파

 

 

그의 인기가 시들해질 즈음, 소동파가 혜성처럼 등장한다. 그의 적벽부(赤壁賦)는 동파를 각인한 최고의 히트 송이었다. 그의 인기는 마이클 잭슨보다, 조용필보다 오래갔다. 동파 이래, 동파를 능가한 월드스타는 없었다. 한때 원굉도(袁宏道)가 나타나 알짱댔지만, 이내 사라졌다. 그에 비견하는 새로운 월드스타는 20세기 벽두에 와서야 다시 만나게 되는데, 양계초(梁啓超, 1873~1929)였다. 

 

 

사천성 아미산 동파루東坡樓

 

 

이규보 문집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는 몽고 침략이라는 미증유의 전란에도 아랑곳없이 고려에서 《동파집》을 간행한 사실을 증언하는 글이 있어 아래 전문을 소개한다. 더러 손을 대야 할 대목이 있는 듯하나, 대의에는 지장이 없으므로 한국고전번역원 옮김을 그대로 옮겨온다. 

 

동국이상국전집 제21권 발(跋) 

 

전주목(全州牧)에서 새로 중각한 동파문집(東坡文集) 끝에 발함

 

대저 문집이 세상에 유포되는 것도 역시 각각 한때의 숭상하는 바에 따를 뿐이다. 그러나 자고로 《동파집》처럼 성행하며 더욱 사람들의 즐기는 바가 된 것은 없었으니, 그것은 아마 문장력이 풍부하고 사실을 다룸이 방대하여 그 자액(滋液)이 사람에게 미침이 무궁하기 때문인가? 사대부(士大夫)로부터 신진후학(新進後學)에 이르기까지 잠시도 그 《동파집》을 손에서 놓지 않고, 그 남긴 향기를 저작(咀嚼)하는 자는 모두 그러하다.

그 모본(摹本)이 전에 상주(尙州)에 있었는데, 불행히 노병(虜兵·몽고병)에게 소실되어 하나도 남은 것이 없었다. 완산 태수(完山太守) 예부 낭중(禮部郎中) 최군 지(崔君址)는 학문을 좋아하여 착한 일을 즐기는 군자이다. 그는 이 사실을 듣고 개탄한 나머지 중각(重刻)할 뜻을 두었던 것이다. 때는 바야흐로 호기(胡騎)가 불의에 왕래하여 사세가 위급하므로 주군(州郡)이 소요하여 조금도 편안한 해가 없는지라, 문사(文事)에 마음을 둘 겨를이 없을 것 같았는데, 태수는 생각하기를,

“옛사람도 전쟁에 임하여 노래를 부르고, 창을 던지고 문학을 강론한 일이 있었으니, 문(文)을 폐할 수는 없는 것이 이와 같다. 이 고을처럼 큰 지방으로서는 이와 같은 사소한 일쯤이야 창졸간에 이룩할 수 있는데, 만일 저 시시한 오랑캐의 일로 해서 우선 미루고 태평한 시기를 기다린다면, 이후 사람도 또 그대로 미루어서 끝내는 나의 뜻을 이루지 못할 것이 아닌가?”

하고, 드디어 단안을 내려 상께 아뢰자, 상도 역시 문학을 좋아하는지라 흔연히 윤허하였다. 그래서 오랑캐가 오지 않는 틈을 타고, 농사 때가 아닌 틈을 이용하여 중각하게 하여 불일 내에 끝내니, 경비가 적게 나고 힘도 여유가 있었다. 대저 일을 견고히 함에 있어 여유작작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 누가 이러한 시기에 이런 큰 일을 이처럼 신속하게 이룰 수 있었겠는가? 그의 정치하는 대체도 또한 짐작할 수가 있겠다.

최군이 나에게는 문인이 된다. 그래서 그는 발문을 부탁해 왔고, 나도 역시 최군이 다른 고을의 서적이 유실되는 것을 자기의 근심으로 삼아, 그 고을을 옮기어 배우는 사람들을 돕는 데 급급한 것을 가상히 여기어, 이처럼 대략 전말을 적어서 그 말미에 쓰는 바이다.

병신년(1236, 고종 23) 11월 일에 금자광록대부(金紫光祿大夫) 참지정사 수문전태학사 감수국사 판호부사 태자태보(參知政事修文殿大學士監修國史判戶部事太子太保) 신(臣) 이규보는 서한다.

ⓒ 한국고전번역원 | 김동주 (역) | 1978

 

全州牧新雕東坡文集跋尾

夫文集之行乎世。亦各一時所尙而已。然今古已來。未若東坡之盛行。尤爲人所嗜者也。豈以屬辭富贍。用事恢博。滋液之及人也。周而不匱故歟。自士大夫至于新進後學。未嘗斯須離其手。咀嚼餘芳者皆是。其摹本舊在尙州。不幸爲虜兵所焚滅。了無孑遺矣。完山守禮部郞中崔君址。好學樂善君子人也。聞之慨然。方有重刻之志。時胡騎倏來忽往。間不容毫。州郡騷然。略無寧歲。則似若未遑於文事。而太守以爲古之a001_515b人。尙有臨戎雅歌。投戈講藝者。文之不可廢如此。以是邑之大也。此一段幺麽事。咄嗟可辦。而若以彼區區戎醜之故。將姑息以俟太平。庸詎知後之來者又因循姑息。便不成吾志耶。遂直斷聞于 上。上亦好文。欣然允可。於是當虜之未來。間農之未作。使之雕鏤。不日迺畢。費不煩而力有餘矣。非夫幹事貞固。綽有餘裕者。孰於此時成大事如此其敏耶。其爲政之大體。亦可知已。君於予爲門人。故託以標識。予亦嘉君之以他邑之亡書。以爲私憂。移之其邑。汲汲於補a001_515c益學子。是以粗書本末。以跋其尾云。時龍集柔兆㴫灘辜月日。金紫光祿大夫參知政事修文殿大學士監修國史判戶部事大子大保臣李奎報序。

 

*** 내 페이스북 페이지 《김태식의 독사일기讀史日記》에 December 25, 2017 포스팅을 전재한다. 몇 군데 오류를 바로잡고 문맥을 다듬었으며 한자 표기를 보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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