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제대로 연구를 시작한지 30년 동안
화두로 잡고 있었던 것은 어떻게 하면 국제학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해 볼까 하는 것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마왕퇴 연구를 주도한 팽융상 선생을 보면
동병상련을 느낀다.
필자 나이 60을 넘어서며 이제 생각해 보면
연구에서 일종의 회귀를 택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나이도 먹은 이상 국제무대에서의 평가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고
동아시아 연구로 침잠할 때라는 생각을 한다.
지난 30년 동아시아의 팩트를 영어로 바꿔가며 논문을 쓸 때마다
내가 이거 뭐하는 짓인가 생각하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조선왕조라는 나라, 한국사라는 것이 뭐 좀 국제적으로 알려져 있다면 훨씬 쉬웠을 텐데
이런 부분에 대한 상식도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바닥부터 설명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물론 개략적인 설명이 끝나면 바로 의과학적 팩트에 대한 내용을 다루게 되므로 출판이 불가능하지는 않았고,
어떻게 보면 그 덕에 필자가 그동안 작업한 것이 나라 밖에 어느 정도 알려지긴 했기 때문에,
미라 연구, 고고기생충학 연구, 고병리학 연구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지만,
결국 필자가 60이후의 연구로 지향하는,
보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건강과 질병을 바라본다면,
결국 필자에게 남은 것은 동아시아에 대한 침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문학적 연구 성과를 동아시아 국가의 학술지에 먼저 발표하고
그 후에 단행본의 형태로 영어권으로 나가는 것이다.
동아시아 인문학적 연구의 original article을 영어권에 먼저 발표하는 일은
메아리 없는 고함과 같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동아시아라는 동네 뒷산에서만 고함을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여기서 먼저 발표한 orignal article에 대한
review 단행본을 영어권에 발표하는 것이 맞는 순서일 것이라 본다.
필자가 말하는 바 동아시아라면 한국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문명을 공유하고 있는 한국, 일본, 중국의 학술지를 가릴 필요는 없으며,
이를 위해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논문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해당 국가 학술지에 투고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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