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계절의 노래(292)
봄 온기[春暖]
[唐] 진우(陳羽, 753?~?) / 청청재 김영문 選譯評
동풍이 온기를
불어와
맑은 하늘에
흩어놓네
연못 색깔
점점 변하여
버들에 안개도
끼려 하네
東風吹暖氣, 消散入晴天. 漸變池塘色, 欲生楊柳烟.
전통 시나 회화에서 봄을 묘사한 전형적인 풍경 중 하나는 바로 연못가나 시냇가에 휘늘어진 연초록 버드나무 그림이다. 이 풍경에는 흔히 연못에서 버드나무에 걸쳐 희미한 안개(烟霧)가 서려 있다. “지당(池塘)에 비 뿌리고, 양류(楊柳)에 내 끼인 제”(조헌趙憲 시조)라고 읊은 시조의 풍경이 바로 이 시 셋째 구와 넷째 구와 겹치는데 여기에 나오는 ‘내’가 희미한 안개 즉 연무다. 이를 수묵화로 그려 ‘양류연심(楊柳烟深)’, ‘춘수류연(春水柳烟)’ 등의 제목을 붙이기도 한다. 봄이 더 깊어지면 여기에 꾀꼬리를 더하여 ‘유연앵직(柳烟鶯織)’이란 화제(畫題)를 쓰기도 한다.
동풍 즉 봄바람, 따뜻한 기운, 맑은 하늘, 얼음 녹은 연못은 버드나무에 연초록 새싹을 돋게 하는 동시에 희미한 안개를 풀어놓는다. 봄날 안개 즉 연무는 새벽에서 오전까지 끼었다가 사라지는 보통 안개와 다르다. 이는 겨우내 얼었다가 풀린 강물의 숨결이고, 삼동 내내 움츠렸다가 숨 쉬는 대지의 생명력이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서는 “들판 가득한 아지랑이랑 자욱한 티끌은 생물이 숨결로써 서로 불어주는 것이다(野馬也, 塵埃也, 生物之以息相吹也)”라고 했다.
어릴 때 배운 교과서를 기억하시리라. 어머니가 봄이 왔다고 하며 눈 위에 손차양을 하고 먼 곳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어린 나는 아무리 바라봐도 봄은 보이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시각으로만 봄을 인식하려는 동심의 천진난만함이 꾸밈없이 드러난 이야기다. 그런데 마침내 아이의 눈앞에 봄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저 멀리 들판에서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다. 천지자연은 연무로 안개로 아지랑이로 심지어 자욱한 티끌로 새봄의 숨결을 보여준다.
버드나무 연초록 새눈과 그것을 희미하게 덮은 안개는 다시 살아나는 새 생명 숨결이다.
'漢詩 & 漢文&漢文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세먼지 자욱한데 다툼은 그치지 아니하고 (0) | 2019.03.07 |
---|---|
매화 대신 부치는 매화시 (0) | 2019.03.07 |
꽃비에 떨어진 붉은 연지 (0) | 2019.03.05 |
2월 봄바람이 칼로 오려낸 버드나무 가지 (0) | 2019.03.03 |
떠난 뒤 빈 역 비추는 잔약한 등불 (2) | 2019.03.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