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되는 등록 예고 문화유산 '옛 대한증권거래소'...문화재청이 지난 6월 18일자로 '문화재' 등록을 예고한 근대문화유산인 서울 중구 을지로 2가 199-40번지 소재 '옛 대한증권거래소' 건물이 그 소유주에 의해 같은 달 25일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됐다. 이 건물과 해당 대지 소유주인 A회사는 이날 굴착기 2대를 동원해 철거작업을 시작했다. 이에 의해 지상 3층 지하 1층 'ㄱ'자형 옛 대한증권거래소 본관 건물 뒤쪽 일부가 철거됐다. 사진은 25일 오후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인 '옛 대한증권거래소' 전경. 2005.9.25 (서울=연합뉴스) seephoto@yna.co.kr <저작권자 ⓒ 2005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등록문화재란 무엇인가? 그 실체에 접근해야 손혜원 의원을 둘러싼 이른바 목포 근대역사유적지구 투기 의혹에 한 발짝 다가선다.
이에 우리 공장 문화부에서는 문화재 담당 박상현 기자가 아래 기사로 그것을 정리했다.
부제만 봐도, 등록문화제 실체가 대강 드러날 것이다. 나아가 이를 통해 등록문화재 하필 왜 문제가 될 수 있는지, 나아가 그것이 투자를 넘어 투기의 대상으로까지 격상할 수 있는지 그 실마리를 가늠하게 된다.
위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들어가 있다.
따라서 손 의원이 투기 의혹을 반박하며 내놓은 "문화재로 지정되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없다"는 해명은 등록문화재 특성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했거나, 비난을 회피하려는 주장으로 분석된다.
말할 것도 없이 손 의원은 비난을 회피하려고 저런 말을 썼다. 등록문화재가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할 말은 전연 아니다. 그래서 손 의원이 투기를 했음을 증명한다는 뜻은 아니다.
목포 근대역사유적지구
'등록문화재'는 문화재보호법을 그 존재 이유로 삼는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제5장을 아예 '등록문화재' 항목으로 독립하는데, 이는 그만큼 등록문화재가 한국문화재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막중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등록문화재가 이런 지위를 차지한지는 저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그 역사가 일천하기 짝이 없어, 그 태동은 2001년, 그러니깐 2019년 현재 18살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게 젊디젊은 등록문화재가 확장을 거듭해, 오늘에 이른다. 그 성장세가 무섭기만 하다.
그 파격적인 대접이야 저들 기사를 참조하기로 하고, 그 제도가 도입되고 시행된 초기, 내가 작성한 관련 기사 2건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는 등록문화재 도입 초창기 그 면모를 엿보게 하는 데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소개한다.
등록문화재 제1호 '서울 남대문로 한국전력공사 사옥'
"'등록문화재' 혜택만 있어요"
2006.04.23. 08:01
문화재청, 근대문화유산 홍보 안간힘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대체로 근대 이후 건축물을 대상으로 삼는 '등록문화재'는 국가가 분류하는 문화유산 중에서도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 지난 2001년에야 도입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등록문화재'는 규제 일변도인 다른 문화유산과는 확연히 달라 극단적으로는 소유주가 어느날 갑자기 부수어 버려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처럼 법적 구속력이 허술하기 때문에 실제로 '등록문화재'로 등록이 되었으면서도 이미 사라진 곳이 6건가량 된다.
하지만 '지정'과 이를 통한 사유재산권 행사 제한이라는 법적 강제력을 갖춘 다른 문화유산에 비해 등록문화재는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2001년 이후 2006년 4월 현재 전국에 걸쳐 244건이 문화재로 '등록'됐다.
가장 최근에만 해도 남부지방 돌담길 10곳이 등록문화재로 예고되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법적 지위가 어정쩡한 등록문화재를 홍보하는 데 안간힘을 쓴다. 그 홍보 문안 골자는 "등록문화재는 혜택만 있지 규제는 전혀 없다"는 말로 요약된다.
스카라극장터. 1935년 개관해 1946년에 수도극장으로 개명했고, 1962년에 스카라 극장으로 재개관한 후 근 40여년을 끌어왔으며, 등록문화재로 예고됐다가 2005년 12월 극장주가 철거하고 새로 세운 건물.
문화재청 이유범 근대문화유산 과장은 크게 네 가지 특혜를 든다. 재산세 50% 감면과 양도소득세 유예, 상속세 유예, 용적률 150% 적용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도 지난해 8월 문화재보호법에 법적 근거를 마련한 등록문화재에 대한 용적률 150% 적용 혜택이 널리 홍보되면 '등록문화재' 전반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확연히 바뀌게 될 것으로 문화재청은 기대한다.
이유범 과장은 "아직까지 '문화재'라고 하면, 우선 사람들이 겁부터 먹을 정도로 문화재에 대한 피해 의식이 막심하다"면서 "등록문화재는 사유재산권 행사와 관계가 없는 데도, 문화재라는 이유만으로 회피 대상이 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등록문화재'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고 문화재청은 본다. 해당 근대건축물 소유주들이 자발적으로 '등록문화재'로 등록해 달라고 나서기 시작한 것이 그 증거라고 한다.
이 과장은 "문화유산은 당국과 국민이 모두 혜택을 보는 방향으로 활용되고 보존되어야 한다"면서 "이런 점에서 근대문화유산은 정부당국과 국민 모두가 좋은 '윈-윈' 게임의 대상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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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문화재' 7년의 빛과 그림자>
'혜택'에서 '규제'로 방향 급선회
2008.08.28 송고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현행 문화재보호법에서는 국가 혹은 시ㆍ도 지정문화재가 아닌 것 중에서 "보존과 활용을 위한 조치가 특별히 필요한 것을 등록할 수 있다"(47조 1항)고 규정하면서 이를 '등록문화재'로 명명한다.
이 조항에서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등록문화재가 지정문화재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는 점이다. '지정'이 법적 강제와 구속력을 동반하고, 그에 따른 사유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데 비해 '등록'은 말 그대로 해당 문화유산이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해서 그런 사실을 문서에 올리는 데 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등록문화재는 국보나 보물, 사적이나 명승, 천연기념물, 중요민속자료와 같은 중요 국가 지정문화재와는 여러 모로 엄청난 '신분' 차이가 있다.
특정 문화유산이 국가, 혹은 지방문화재로 '지정'되면, 그 순간부터 못질 하나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각종 규제를 적용한다. 그래서 지정문화재를 지탱하는 근간은 '허가'다.
그렇지만 등록문화재는 각종 행위가 대체로 '신고'에 기반을 둔다. 예컨대 등록문화재와 관련해 그 관리자를 선임하거나 해임하는 일, 그 소유자가 바뀐 일, 혹은 그 전부 또는 일부가 멸실, 유실, 도난 또는 훼손되는 일도 사건 발생일로부터 15일 이내에 관할 시장ㆍ군수나 구청장에게 신고만 하면 된다.
등록문화재 등록 심의를 사흘 앞두고 철거되어 버린 시흥 소래염전내 소금창고 철거 전(위)과 철거 뒤(아래).
심지어 등록문화재 원형을 변경하는 행위도 '신고'만 하면 된다. 문화재보호법 50조에서는 "(이런) 행위를 하려는 자는 변경하려는 날의 30일 전까지 관할 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할 뿐이다.
서울시가 원형을 보존하라는 문화재위원회의 권고에도 아랑곳없이 등록문화재인 서울시청사를 '과감히' 철거하려 행동에 돌입한 법적인 근거가 바로 이에서 말미암는다.
다만, 건축물의 건폐율이나 용적률에 관한 특례 적용을 받거나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원받은 등록문화재에 한해 현상 변경행위를 하려면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등록문화재는 혜택주의를 표방한다. 특히 건폐율과 용적률은 '국토의 계획 이용 및 이용에 관한 법률'(제77조 이후 79조)의 규정과 관계 없이 "150%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완화하여 적용할 수 있다"(51조)고 규정할 정도다.
이런 등록문화재 제도가 도입되어 시행에 들어간 것은 2001년 7월. 그에 따라 그 해 12월에는 서울 남대문로 한국전력사옥을 비롯해 근대문화유산 10건이 처음으로 '등록문화재'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게 해서 2008년 8월 현재 397건에 이르는 등록문화재가 탄생했다.
등록문화재는 지정문화재가 아니기에 대체로 근ㆍ현대기에 생성된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삼는다. 그런 점에서 등록문화재의 등장은 한국 문화재 정책사에서는 한 획을 긋는 일로 평가되기도 한다. 문화재 지정이 규제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혜택을 주기도 한다는 실증을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신을 살려 등록문화재는 종래에는 문화유산의 범주에 포함하기 힘든 것들도 급속도로 문화재 범주로 포섭해 들어갔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천의 자장면집은 그 대표적 사례다.
등록문화재로 새로 태어난 인천 공화춘의 옛날 한 장면
하지만 등록문화재가 본격 궤도에 오를 무렵, 불미스런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대 위기를 맞는다.
2005년 9월에는 등록문화재로 예고된 서울 중구 을지로 2가 옛 대한증권거래소에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역시 문화재 등록이 예고된 서울 충무로 스카라극장이 각각 건물 소유주에 의해 철거돼 버렸다.
나아가 이듬해 3월에는 이미 등록문화재가 된 경북 영천의 일제 강점기 비행기 격납고가 중장비에 파괴됐으며, 2007년 6월에는 경기 시흥시 장곡동 일대 소래염전에 들어선 일제 강점기 소금창고 40개 중 38개가 등록문화재 예고기간에 소유주에 의해 완전 철거된 일도 있었다.
이는 등록문화재 또한 엄연히 '문화재'인 까닭에 그에 따른 사유재산권 행사 침해를 우려한 소유주들이 일으킨 일종의 '반란'이었다.
이런 일이 잇따르자 문화재청은 등록문화재 대상을 관공서나 공공건물로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설마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등록문화재라 해서 그것을 무단으로 파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얼마나 안이했는지는 최근 서울시청사 문제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광역자치단체인 서울시가 도심에 있는 상징물의 하나인 청사를 중장비를 동원해 파괴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는 등록문화재 제도 전반을 손질하기로 했다. 이는 사실상 등록문화재를 지정문화재로 전환하겠다는 말이나 진배없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의 행위는 설혹 그것이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일상과 함께하는 문화재로 가깝게 있던 등록문화재를 또 하나의 법적 구속력을 갖는 '규제' 중심의 문화재로 변질하게 만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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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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