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하도 신동훈 교수께서 식민지시대 교육 얘기를 쓰고 그에서 하도 연희전문 이야기가 나와 그 글에 첨부할 사진 자료 모을 요량으로 어제 점심시간에는 부러 신촌을 행차했으니
남들이야 어찌 볼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모교라 그와 관련하는 심각 혹은 진지하다 할 만한 생각들은 부러 억제하곤 했으니
일이 이리 된 마당에 더는 피할 수도 없어 작정하고 촬영하리라 했으니 그 뙤약볕에 나중엔 어찌 쓰일지도 몰라 이 무더위에 양복 걸치고는 학교 입구에서 학교 간판과 마크까지 찍어대면서
개중 서너컷 신 교수께 전하면서 도판 구한다 고생하시는데 혹 써먹을 것들은 써 소서 했으니
연희전문 입구 들어서자마자 오른편 세브란스병원 경계지점이 백주년기념관이고 그에 연대박물관이 기생하는지라 마침 점말동굴 발견 오십주년 행사를 한다기에 들렀더니 어랏?
문을 닫았네?
열받아 그 간쪼 조태섭 형한테 기별 넣으니 현충일이랑 샌드위치데이라고 학교에선 오늘 다 문을 닫으라 했다나 어쨌다나 어디냐 신경질 나서 물으니 좀전까지 박물관 있다 연구실 올라왔대나 어쨌대나 해서
키 가꼬 튀어 내려오시오
했더니 중간고사 운운하면서 거부하며 이르기를 담에 와 한다.
하긴 이 뙤약볕에 언덕배기 후미진 인문관 연구실이랑 오가기 몹시도 괴롭겠지 하면서도 그래 잘먹고 잘살아라 욕 한 바가지 퍼주어주고선 요리조리 애초 목적한 코스를 밟았으니
처녀 셋인가 봐야 날아간다는 독수리상을 필두로 연세대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용재 백낙준 박사상을 중앙도서관 앞마당에서 촬영하고는 본관을 향해 직진하며
연희전문 시절 직접 유산들로서 그 중앙에 정좌하는 언더우드관을 필두로 그 양날개로 포진하며 서로 마주 보는 왼편 아펜젤러관과 오른편 스팀슨관은 전경과 세부를 담고 그 복판 마당 언더우드 동상을 담는다.
이어 언덕배기 윤동주 문학동산을 찾으니 견학인지 온 학생들이 그 시비를 중심으로 기념 촬영하느라 까르륵 거린다.
이 동산도 내가 재학하던 시절과는 뚜렷이 변해 그땐 시비 하나만 덜렁 있었지만 지금은 철 구조물 기념조형물도 그럴 듯하게 구비했다.
그 뒤편 언덕에 윤동주기념관이 있으니 이름은 핀슨관. 연희전문 건축유산 중에선 초축연대가 1922년 두번째로 유서가 깊어 이곳에서 윤동주는 기숙사생활을 했다.
어제 밟은 코스야 여러 번 촬영을 겸한 답사를 주야간으로 했지마는 그때마다 풍경이 다르고 무엇보다 기상조건이 다르며 또 내 촬영기술 또한 변모할 수밖에 없으니 앞으로 몇 번을 더 같은 목적으로 올지는 모르겠다.
핀슨관 옆 인문관 언덕 바로 아래엔 한경관漢慶館이라는 고색 완역한 작은 블록 건물채가 있어 그 옛날엔 경양식당이라 돈가스 칼질하던 데라 주로 돈 있는 친구들이 가던 식당이었으니 지금은 어떤 용도인지는 모르겠다.
인문관 종합관 마주하는 아래 지점에 외솔 최현배 동상이 있으니 그 옛날엔 없었던 듯 하다.
대강 필요한 자료 촬영을 마치곤 청송대 통과하는 길을 밟아 동문으로 탈출했으니 청송대서 이양하 신록예찬 조형물을 담았으며
총장 공관이 언제나 궁금하나 외부인 통제를 하는 통에 대문에서만 그 외양만 두어 컷 건졌다.
이 외에 학교부설 유치원인지 인근 알렌관 등등 고건축이 없지는 않으나 오늘은 이걸로 만족한다 하고는 공장으로 귀순했다.
대로를 건너 이화여전도 이런 방식으로 훑어야 하지만 시간관계 체력고갈로 생략했다.
한때는 학교유산 책을 쓰겠다며 욕심을 내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막상 달라들어 보니 그 양이 방대하기 짝이 없어 포기하고 말았는데 지금이라도 하나씩 재개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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