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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3천미터 같은 393미터 호암산행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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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이남 서울 지도를 펼쳐보면 그 북쪽 중앙 지점을 정좌하는 북한산 견주어 남한산은 덩치나 높이, 또 무엇보다 위치로 로 볼 적에 실은 관악산이어야 하지만, 어찌하여 남쪽도 아닌 동산東山이라 불러야 할 그 남한산에 빼앗겼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어니와, 

이 관악산 줄기가 서쪽으로 흘러내린 끄터머리에 툭 튀어나왔다가 산으로의 기운을 소멸하는 지점이 호암산虎巖山이라, 해발이라 해 봐야 겨우 393미터에 지나지 않거니와, 해발 천미터 넘는 산이 사방으로 즐비한 소백산 기슭 출신인 나 같은 사람한테야 안마당에 지나지 않겠지만 


호암산 정상 오르며 돌아본 서쪽 봉우리. 저짝에 호암산성이 있다



문제는 그리 온산을 주름잡던 시절은 내가 어렸지만 팔팔해서 산을 날아다녔지만, 지금은 심신이 다 찌그러진 서울 사람이 되어 있다는 데 있을 테니, 저 산이 왜 호랑이[虎]는 차치하고 암산巖山을 자처했는지는 올라보고서야 비로소 알았으니, 그 주봉 관악산이 그렇듯이, 또 그 맞은편 북한산이 온통 그렇듯이 이 작은 산 전체는 천애절벽 온통 화강암 천지인 악산岳山이요 악산惡山이었으니 

만만히 본 것은 아니로대, 내가 하필 무더위 푹푹한 어제 왜 그 정상을 올랐던가 생각하니 미칠 노릇이라, 어찌하여 하필 그 꼭대기 근처에서 일이 있어 들렀다가 기어이 작은 산이라 하지만 그 최고봉까지를 주유하는 코스를 밟았으니, 동행한 이곳 주민들이 언필칭하기를 이곳을 오르고 다 둘러봐야 서울을 안다나 어쩐다나 하더라. 



호압사에서 들쳐본 호암산 정상. 저 바위가 호랭이 바위라던가?



오를 때는 칼바위가 있는 길을 따랐으니 칼바위라, 보니 수직 가까운 거대 암벽에 진짜로거 칼 같이 생겨먹은 거대  바위가 언제건 아래로 굴러 떨어질 기세로 아래를 꼬나본다.

듣건데 그 아래로는 암혈이 있어 제법 널찍하다 하나 지금은 아예 바위 자체로 접근을 막아놨다. 그 바로 옆에도 비슷하나 조금 작은 칼바위 하나가 더 있다.


칼방구



전연 이런 코스는 생각지 아니하고 청바지 차림에 수건 하나 없이 올랐다가 낭패를 봤으니, 가뜩이나 땀이 많은 체질이라 땀으로만 2킬로그램은 빠졌으리라 우겨본다. 
 
왜 이런 데다 산성을 만들었을까?

산 이름을 따서 호암산성이라 하는 데는 성벽은 거의 다 허물어져서 흔적조차 짐작이 어렵지만 이곳은 1989년 서울대박물관이 한우물이라 해서 대따시 큰 석축 방형 우물을 조사하면서 본격 역사 무대에 데뷔하고 그 성과에 힘입어 사적으로까지 지정되었으니



한우물. 이곳을 89년 서울대박물관이 팠다는데 글쎄 제대로 팠을까? 안 믿는다.



이 우물은 천지사방 다 마를 때도 마르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다 하거니와 현재도 물은 꽉꽉 찬 상태다.

이런 데를 당시 발굴기술 혹은 수준으로 어찌 조사했는지 미스터리거니와 난 80년대 대학 발굴을 원천으로 불신한다.

이 호암산성 내부 관악산을 바라보는 한 날망에 석구상石狗像이라 일컫는 석물이 하나가 실로 묘한데 그 정체는 오리무중이라 더구나 인근 한우물에서는 석구상이라 하는 글자 큼지막하게 박힌 돌덩이가 출현했으니 이 돌은 지금도 우물 한 쪽 벽에 쳐박힌 상태다.



호암산성 발굴현장. 한강문화재연구원이 조사 중이다.



호암산성 뒤로 하고 20-30분 걸어 정상으로 올랐다. 능선 따라 오른편은 안양 만안구, 왼편이 금천 시흥동인가랜다. 이미 몸은 천근만근 그 정상은 관악구에 귀속한다는데 그에서 서울을 한 눈에 조망한다는데 진짜로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다만 시계는 좋지 아니했다.

이 꼭대기에서 관악산 능선이 들어온다. 정상엔 바윗덩어리 몇 개 있어 개중 하나는 누에바위란대서 보니 진짜로 누에 같이 생긴 놈이 다른 바위에 걸터서 길쭉하니 시렁마냥 걸쳤다.


석구



흔들바위도 있다는데 거대 둥글한 바위 둘 중 하나가 그것이라는데 뿔싸 진짜로 개중 하나가 사람이 밀치니 흔들흔들한다. 자칫 설악산 흔들바위 위상이 흔들릴지도 모르겠다.

이에는 각석 하나가 있는데 글자를 육안으로 알아보기는 힘들어 물을 뿌려봤지만 여전히 신통치 아니했다.


이것이 아닌가벼
이제야 제대로 흔들리네
누에바위
읽기 힘들다.
호암산 정상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선 곧장 호압사를 향해 하산했다.

가는 날 장날이라고 호암산은 무더웠고 험준해서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참 매력적인 데다. 이곳에다 왜 산성을 쌓았는지 오르고서 비로소 절감했다.

 

호암산 흔들바위

https://www.youtube.com/watch?v=TPugwFZkESQ&lc=Ugw932I4ADIKNHbXHNV4AaAB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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