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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의 뮤지엄톡톡

뚜두뱅, 푸르투갈(2)-여행의 묘약

by 여송은 2019.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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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의 묘약. 굼벵이를 달리게 한다.

 

 

· 2019.10.26. sat.

· Porto

· Oriente Station 07:09am → Saint Benedict Station 10:20am

 

  

자정 넘어 도착한 리스본 숙소에서 눈만 잠시 붙였다가 포르투로 가기위해 아침 일찍 기차역으로 나왔다.

여행의 설렘은 사람을 부지런하게 만든다. 평소 이불속에서 알람 5분뒤를 두 어번을 누르고 있을 나인데, 새벽 6시 40분 모든 단장(?)을 마치고 역에 서있다.

 

【Oriente Station platform 오리엔테 역 플랫폼】 

 

 

당시는 잠결이라 '역 참 특이하네...' 정도 생각했는데, 나중 찾아보니 리스본시 주관으로 개최된 비공개 국제 공모전을 통해 스페인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설계하였다고 한다. 해파리 같이 생긴 쭉쭉 뻗은 구조물들이 연결이 되어 커다란 공간을 만들었다. 높은 천장과 기둥때문인지 웅장한 성당같기도 궁전같기도 하였다.

 

그나저나 달리는 기차 안에서 붉은해가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이미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여유롭게 떠오르는 해를 보고 있다니! 이런게 여행의 묘약이 아닐까.

 

 

 

#2. 여행의 묘약. 좋아하면 동화된다.

 

Saint Benedict Station 상 벤투 역

 

포르투에 있는 19세기 기차역

상 벤투 역은 원래 16세기 베네딕토회 수도원 건물로 사용하던 곳으로, 화재로 인해 수도원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된 후 1900년 당시 왕이었던 카를로스 1세가 주춧돌을 놓으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복구되었다고 한다.

 

 

상 벤투 역 내부

역 안을 웅장하게 장식한 아줄레주 벽화는 조르즈 콜라수(Jorge Colaço, 1868~1942)가 1905년부터 1916년까지 제작한 것으로,

아줄레주 타일로 포르투갈의 중요한 역사적 장면을 벽화로 장식하였다고 한다.

 

*아줄레주(Azulejo) 

'광택을 낸 돌멩이', '작고 아름다운 돌' 이라는 뜻으로, 주석 유약을 사용해 그림을 그려 만든 포르투갈의 독특한 타일 장식이다.

 

 

 

 

상 벤투 역에 도착하자마자 당연 압도되었던 것은 역 안을 가득 채운 타일이다. 수 많은 작은 타일 조각이 모여 큰 그림을 완성하였다. 다시 봐도 감탄스럽다.

 

역 안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이 고개를 쳐들고, 연신 카메라로 그림을 담기 바빴다. 와중에 중학생 정도되어보이는 한국인 여학생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이거 타일을 벽에 붙이고 그림을 그린거야?"

 

 

순간 나도 0.1초간 고민했다. 워낙 규모가 커 타일을 하나하나 붙였다고는 상상이 안갔다. 전체 도안을 구상한 다음 격자로 나눈 후 해당하는 그림 부분을 도자기에 그려 구웠겠지? 그리고 모자이크처럼 조각조각을 붙여 전체 그림을 완성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타일장식은 상 벤투 역을 나서자마자 계속 눈에 보였다. 건물의 외벽, 작은 장식물, 문양을 활용한 기념품까지 거리 곳곳에 있었다. 상 벤투 역은 이런 포르투갈 타일 장식의 백미, 절정이었던 것이다.

 

 

 

 

 

 

 

 

 

 

 

 

이쯤되면 '포르투갈 사람들은 왜이렇게 타일 덕후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타일을 생활에 많이 활용하는 나라들을 보면 보통 햇볕이 강하고 더운 나라로 알고 있다. 타일이 열을 잘 식히고, 살에 닿았을 때 시원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기후도 그런가?

지금이 10월이라 그런지 딱히 '더워!!!' 하는 느낌은 없다. 궁금해 네이버오빠의 도움을 받자니, '마누엘 1세'라는 왕 때문이다. 이 왕이 그라나다 아람브라 궁전을 방문한 후 이슬람에서 전해진 타일 장식에 푹 빠졌다고 한다. 왕은 자신의 궁전을 타일로 장식하였는데, 이후 이러한 타일장식은 포르투갈 전체에 퍼져 나가게 되었다 한다.

 

 

 

 

 

 

좋아하면 동화된다고 했던가.

덕후까지는 아니지만, 여행 내내 타일을 찍고 다녔다. 

 

 

 

#3. 여행의 묘약. 마음은 말랑해지고.

 

 

모루공원에서 내려다 본 도루강과 포르투 시내 

 

 

【모루공원 Jardim do Morro】 

 

 

【동 루이스 다리(Dom Luis I Bridge)】

 

포르투를 더 아름답게 보고싶어서 간 곳이다. 지도에서도 보이겠지만 상 벤투역에서 걸어서 10~15분 정도로 그리 멀지 않다.

모루공원에 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한다. 이 다리는 '동 루이스 다리(Dom Luis I

Bridge)' 다리로 포르투시의 중심부와 빌라노바드가이아(Vila Nova de Gaia) 사이의 도루강에 놓여 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의 설계를 맡았던 구스타프 에펠의 제자인 테오필 세이리그가 1886년 완공시켰다 한다.

 

 

 

 

 

 

멀리서 보면 붉은색,

 

 

 

가까이에서 보면 각양각색.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사람이 공원에 앉아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둠칫둠칫 흥겨운 리듬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자유롭게 앉아 웃고 이야기하고.

정말 멋진 풍경,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 그리고 맛있는 샹그리아! 공기마저 달다.

 

 

 

이 모습이 보고싶어 기다렸다.

'해가 진다.'라는 말에는 왠지 모르게 쓸쓸함이 묻어나지만 또 보고있자면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그래서 그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자꾸 보고싶어진다. 변태인가보다.

 

 

'포르투 있는 동안 많이 봐둬야지!' 했지만 날씨 때문에 이날 밖에 볼 수 없었다. 이 날 만큼이라도 많이 봐두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해가 완전히 내려앉은 도루강변

 

 

 

강변으로 야시장처럼 복작복작하다.

 

해가 완전히 지고도 우리는 한참을 깔깔거리며 강변을 걸었다.  

여기 와있는 순간이 소중했고, 시간이 지나는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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