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안-말-전차의 흐름은 인도사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알다시피 인도사에는 가장 첫머리에 인더스 문명 (하라파 문명)이 있다.
인도 고고학에서는 인더스 문명은 전쟁이 거의 없었으며 정예화한 군대도 없는 평화로운 사회였다는 개념이 강하다.
인더스 문명은 군대와 무력보다는 무역과 종교로 결합된 사회로
지배자는 군인, 황제가 아니라 승려와 같은 집단이었을 것이고 평상시 전쟁도 거의 없었던 사회"라는 것이다.
그 근거 중 하나가 제대로 잘 만들어진 무기가 인더스 문명 시기 유적에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부분은 일정 정도 사실이다.
인더스 문명 유적에서는 소수의 예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제대로 된 무기가 발견된 적이 거의 없다.
사실 인더스 문명이 번영하던 당시에는 주변에 이렇다 할 강적이 없었다.
수많은 민족이 치고 받으며 성장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와 달리 인더스 문명은 주변과 지리적으로 차단되어 고립되어 있어
전쟁이 많지 않았고 강력한 군대도, 무기도 그래서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합법적 폭력-공권력이라는 것이 외적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일까?
사유재산이 발생하고 잉여생산물이 축적되기 시작하면 집단간 전쟁이 증가하기 시작한다는 것이 일종의 인문학적 상식(!)아닌가?
인더스 문명의 거대한 유적으로 볼때 이 사회는 충분한 잉여가 형성되기 시작한 생산력 풍부한 사회였던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그렇다면 내부의 분쟁, 범죄자 집단으로부터의 방어를 위해서도 공권력과 무장은 필요한 것 아니었을까.

실제로 필자는 한국과 인도 연구진과 함께
인더스 문명 공동묘지인 라키가리 유적을 조사한 바 있었는데
일부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폭력의 흔적이 매우 적은 것은 사실인 듯 하다.
그렇다면 이처럼 평화로운 인더스 문명 사회는 최후에 어떻게 되었다는 것일까?
아직도 지구상 대부분의 지역이 문명의 세례도 받지 못하던 기원전 2천년기 후반.
이 문명은 홀연 자취를 감추었다.
문자 기록이 없으므로 도대체 왜 이 문명이 사라졌는지. 아무도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마치 이스터섬의 석상을 만들어 내던 문명이 왜 소멸했는가에 대한 이유가 분분한 것처럼
인더스문명의 소멸 원인에 대해서도 혹자는 그 이유로 기후 변화를 이야기하고 혹자는 내부 분쟁을 이야기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도시를 중심으로 번영했던 인더스 문명은 천천히 그 문명의 중심이 전원풍 농경문화로 이행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외부 충격없이 자연스럽게 문명이 해체되었다고 보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이유 중 가장 많이 거론되고 정치적 폭발력도 강한 설명이 바로 "아리안 족의 침략"에 의해 인더스 문명이 망했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렇게 보는 사람들은 대개 오늘날 인도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Vedic culture는 바로 외부로부터 침투한 아리안 족이 들고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아리안 족은 인도-유럽어족이므로 이들과는 다른 정체성을 가진 원주민이 꽃피운 것이 인더스 문명이며
이는 본질적으로 폭력을 수반한 아리안족의 베다문명과는 결을 달리하는 성격의 평화로운 문명이었다는 시각이다.

인도 유럽어족의 이동.
흑해 주변에서 일어난 인도-유럽어족의 일부는 서쪽으로 진출하여 유럽인의 기초를 이루지만 일부는 인도아대륙으로 들어온다.
이 사람들이 바로 인도사에서 베다 문명을 이룬 사람들로 이들에 의해 인더스 문명이 파괴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 아이디어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이 바로 나치즘이다.

인도에는 평화롭고 비폭력적인 인더스 문명을 호전적인 아리안족이 무너뜨리고 오늘날의 베다 문명을 성립시켰다고 하는 주장이 꽤 강하다.
이 주장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이는 단순한 고대사의 영역을 벗어나 오늘날 현대 정치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 하나에 나치즘, 전체주의, 민족주의, 순혈주의 등등 오늘날 인도사회를 들끓게 하는 다양한 논쟁들이 다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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