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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맨홀과 맨홀 따까리는 구별해야

by taeshik.kim 2023.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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뺀질뺀질 맨홀 따까리. 저 자리엔 본래 조선총독부 시절 맨홀 뚜껑이 있다가 보존차원에서 뽑아다가 수도박물관에 갖다 놓고, 새걸로 갈아찡갔다.

 
남들은 전연 그리 여기지 않는데 혹 나만 혹 그런가 해서 못내 쪽팔리기는 하다만, 암튼 맨홀이라고 하면 대뜸 우리는 구멍이 아니라 따까리를 떠올리는데 혹 나 같은 사람 더 있을까 싶어 새삼하게 이 문제를 끌어낸다. 

맨홀이란 manhole 이라, 그를 지칭하는 용어로 영어에서는 utility hole 이라든가 maintenance hole, 혹은 sewer hole 같은 유사 표현들이 있나 본데, 그 어떤 경우건 모두가 hole이지, 여기에는 그 따까리 뚜껑에 대한 개념이 없다.

나아가 그것을 수식하는 말에 따라 적절히 씀을 보는데, 유틸러티야 말할 것도 없이 그렇게 마련한 구녕이 다기능임을 말해서 하수구 구멍도 되고 통신케이블 구멍도 된다 해서 쓸 것이요 maintenance야 주로 통신설비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하며, sewer 쑤어야 말할 것도 없이 오폐수, 간단히 말해 똥물이 지나는 자리에 마련한 구녕 아니겠는가?

그에 견주어 manhole은 그것이 비롯하는 뿌리를 보면 요즘도 가끔씩 man-hole 이라 쓰는 데서 보듯이 동굴이 기거하는 자연 굴이 아니라 사람이 들어가서 작업하는 공간을 말하니, 저런 다종다양한 구멍들을 가장 널리 포괄하는 말이라 하겠다. 

한데 시대가 변하면서 저 말 역시 성차별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으니, 저런 맨홀에 여자가 들어가서 작업하면 womanhole 아니겠는가? 농담 아니라 이런 지적이 실제로 있는 모양이다.

다만 후자의 경우 요상한 연상을 피할 수 없으니 굳이 저 말을 살리고 싶다면 humanhole 정도가 어떨까 싶기는 하다. 
 

맨홀과 맨홀 따까리

 
 
저 말을 어떤 영어 어원 사전을 찾아 보니

"hole or opening in a floor, pavement, etc., through which a person may pass to gain access to certain parts for cleaning or repairing," 1793, from man (n.) + hole (n.).

라고 하는데, 이걸로 보면 저 말이 등장한 시점은 벌써 18세기 후반인가 보다. 이에서 보듯이 그 어떤 경우건 맨홀이란 사람이 들어가서 작업하기 위한 공간을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맨홀이라 하면서 그 따까리랑 혼동하곤 하는 맨홀 뚜껑은 뭐라할까? 혹시나 해서 구글링을 하니 manhole cover (maintenance hole cover) 는 표제 항목이 위키피디아에 따로 독립했음을 본다. 하도 상표가 다양하니 저러지 않았겠는가? 

하긴 내 친구 중에서도 춘배라 일컫는 이가 있어 출신이 토지공사라 그런지 맨홀 따까리만 열나 파는 중이며, 페이스북인가에서는 그런 자료만 디립다 긁어모으는 페이지인가 그룹도 따로 운영 중이다. 

아무튼 위키는 저 맨홀 뚜껑을

a removable plate forming the lid over the opening of a manhole, an opening large enough for a person to pass through that is used as an access point for an underground vault or pipe. It is designed to prevent anyone or anything from falling in, and to keep out unauthorized persons and material.

이라 정의하거니와, 그 기능을 잘 요약했다고 본다.

요컨데 첫째도 둘째도 맨홀 뚜껑은 그 기능이 위험으로부터의 안전 보장이다. 
 

서기 1세기 무렵 비엔나에서 발굴되었다는 로마시대 맨홀 뚜껑

 
한데 혹시나 해서 들어간 저 위키 항목을 보니, 서양에서 맨홀 뚜껑은 연원이 아주 깊은지, 고고학적 유물로 이미 서기 1세기 무렵 로마제국 시대 사암으로 제작한 sewer grate가 있다 한다. 발굴 지점은 오늘날 비엔나인 빈도보나 Vindobona라고.

안전 담보를 표방한 맨홀 뚜껑이나 어디 세상 살이가 내가 기도한 그대로 흘러가던가? 보통 금속이나 돌로 제작하는 그 무거운 뚜껑이 가끔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하는데, 특히 도수관의 경우 그 아래를 타고 흐르는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위로 폭발해 버리는 일이 더러 있다. 

한반도를 중앙으로 관통하고선 오늘쯤 평양에서 빠이빠이 태풍으로서의 기능을 다한다는 카눈 이 친구만 해도 경남 창원에서 뚜껑을 날려 시내버스 바닥으로 떨어지셨다 한다.

차창이나 행인을 쳤으면 어찌 되었을지 아찔하다. 하긴 영화에서 보면 그런 일이 자주 보이기는 하더라.

그러고 보면 액션이라는 이름으로 왜 맨홀 따까리를 날리거나 들고 설치는지 모르겠다. 육장함의 상징인가 맨홀 따까리가?

그런가 하면 위기에 처한 주인공이 매양 저 맨홀로 도망치기도 하니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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